세계의 주목받는 두 작가 | "노신"에 버금…중공 작가 「파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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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신과 더불어 20세기 중국문학을 대표하는 파금(75세·본명 이불감)의 작품세계는 봉건제도에 대한 반대와 민주사회에 대한 끝없는 열정으로 이름 높다.
파금은 『50년 동안 내가 쓴 소설의 인물들은 나의 관찰과 이해를 통해 나온 현실의 인간이지 상상에 의해 창조된 허구의 인물이 아니었다』고 최근에 회고할 만큼 그의 소설은 현실에 튼튼한 뿌리를 박고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가』는 실제로 그의 가정을「모델」로 해서 쓰여진 것이다. 1904년 사천생 성도의 대관료 지주 가정에서 태어났던 그는 봉건가정의 부패와 사회제도의 암흑에 질식할 듯한 분위기를 느꼈는데 그런 경험이 『가』에 그대로 나타난다.
이 소설은 그의 또 다른 대표작 『격류삼부곡』과 함께 사상의 심각성과 독특한 예술성으로 독자들의 열광을 받았고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봉건체제에 반항하고 광명과 행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도록 하는데 깊은 영향을 미친 중국현대문학사상의 백미로는 평가받고 있다.
파금은 4·5운동의 물결이 20년대 전후 성도에까지 닿았을 때 10대의 청소년으로서 민주사상에 처음 눈을 떴다.
1920년 성도의 외국어전문학교에 입학한 그는 진보적 간행물 「반월사」의 활동에 참가하고 또 「크로포트킨」과 「바쿠닌」 등의 저작에 접해 무정부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23년 집을 뛰쳐나와 유랑하다 남경대부속중학에 입학, 민주운동에 참여함으로써 민주사상에 대한 중요한 인식을 굳힌 그는 27년「프랑스」에 유학하여 18세기의 「프랑스」혁명을 깊이 있게 연구했다. 「파리」시절에 최초의 장편소설 『멸망』을 탈고한 파금은 28년 귀국해서『이』 『가』 『격류삼부곡』 등 수많은 단편과 장편을 발표하는 한편 반일애국전선에 뛰어들었다.
그와 33년부터 교유한 노신은 『파금은 열정을 가진 진보적 사상의 작가이며 당대에 손꼽을 만한 몇 사람의 작가중 한사람』이라고 20대의 청년 파금을 극찬했다.
파금은 최근 발표한 수필을 통해 『작가는 범법하지 않는 한 헌법에 보장된 대로 자유롭게 창작해야 하고 그런 분위기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금년에 5·4운동 60주년을 기념하는 글에서 『우리들의 세대도 반봉건의 임무를 결코 완성하지도 못했고 신민주주의 (「부르좌」민주주의의 의미)를 실현하는 임무도 완성하지 못했다』고 깊은 회한을 고백함으로써 중공의 지식인들에게 천둥을 치는 듯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홍콩」의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 글을 통해 평론가들은 그가 공산당을 지지한 것은 공산주의에 대한 정열에서가 아니라 분열되고 외세에 찢긴 조국을 구하겠다는 소박한 생각에서였으며 결코 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를 지향하지 않았음이 명백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4인조 몰락이후 복권되어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과 중공작가협회 주석으로 선출됐고 78년에는「프랑스」를 방문한바 있다.【홍콩=이수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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