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방망이 불났다, 20점 이상 난타전 33차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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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프로야구가 16일 정규시즌 전반기를 마쳤다. 월드컵 기간에도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경기를 펼친 끝에 전체 일정의 62%(576경기 중 359경기)를 소화했다. 특히 올시즌엔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수많은 타격 기록이 쏟아졌다. 박병호(28·넥센)의 홈런(30개)포는 연일 불을 뿜었고, 은퇴까지 고민했던 이승엽(38·삼성)은 회춘한 듯한 타격 성적으로 후배들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이재원(26·SK)을 비롯해 4할 타율에 근접하는 타자들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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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이은 오심 탓에 선수들보다 심판들이 화제가 된 적도 많았다. 올해부터 각 팀이 1명 이상씩 뽑기로 한 외국인 타자들은 안타를 많이 쳤지만, 사고도 많이 쳤다.

 방망이는 시즌 초부터 달아올랐다. 전반기 동안 양팀 합쳐 20점 이상 나온 경기가 무려 33차례나 된다. 열 경기 중 거의 한 경기 꼴(9.2%)로 양팀 합계 20득점 이상이 기록됐다. 에이스급 투수가 아니라면 마운드에서 버티기 어려웠다. 5월7일 목동에서 열린 NC-넥센 전은 충격적인 스코어로 끝났다. 6회 내린 폭우로 콜드게임이 선언돼 NC가 24-5로 대승했다. 비가 내리지 않고 3이닝을 더 치렀다면 NC는 한 경기 역대 최다득점 신기록을 세웠을 가능성도 있다. 프로야구 33년 역사상 최다득점 기록은 1997년 5월4일 삼성이 세웠다. 당시 삼성은 대구에서 LG를 27-5로 이겼다. 기록적 대패를 당한 염경엽 넥센 감독은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해야했다.

 전문가들은 “투타의 균형이 무너져 야구가 아닌 핸드볼 같은 스코어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야구공의 반발력과 타자들의 배트를 불시 조사했지만 공과 방망이 모두 문제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타고투저의 진짜 원인은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졌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중계화면에 가상의 존이 노출되기 때문에 심판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오심을 줄이기 위해 자꾸 보수적으로 판정하다 보니 타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스트라이크존을 정상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6월 말부터는 존이 여유 있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때마침 6월24일 잠실 LG전에서 NC 찰리가 노히트노런(피안타와 실점 없이 완투)을 기록했다. 2000년 한화 송진우 이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진기록이 14년 만에 재현됐다.

 전반기 성적을 보면 MVP(최우수선수)급 활약을 펼친 타자들이 많았다. 박병호는 6월27일 두산전에서 시즌 29호 홈런을 기록하면서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2003년 이승엽)을 넘어설 기세였다.그러나 박병호는 7월엔 주춤하면서 30홈런에서 멈춰있는 상태다. 이재원은 6월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포수로 출장하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16일 현재 0.394로 떨어졌다. 0.389를 기록 중인 김주찬(31·KIA), 0.378의 김태균(32·한화)이 이재원을 추격 중이다.

 7월에도 쉬지 않은 타자가 강정호(27·넥센)다. 홈런 26개로 박병호에 이어 2위, 타점은 1위(73개)다. 유격수 역대 최다 홈런(30·1997년 해태 이종범) 기록 경신이 유력한 그는 올 시즌 이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다.

 삼성은 전무후무한 통합 4연패를 향해 순항 중이다. 최형우·박석민·채태인 앞뒤로 이승엽과 외국인타자 나바로가 포진해 있다. NC는 5월 한때 선두를 달리며 막내팀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었다. 팀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가 나성범(25·타율 0.353, 홈런 20개)이다.

 사건사고도 많았다. 시즌 초 LG가 최하위에 그치자 김기태 감독이 17경기 만에 스스로 옷을 벗었다. 양상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LG는 7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한화는 3년 연속 최하위의 위기에 빠졌다. 한화 외국인타자 피에(29)는 경기 도중 코치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SK 외국인 타자 스캇(36)은 이만수 감독에게 공개적으로 항명했다가 16일 방출됐다. 시즌 전 우승후보로 꼽혔던 SK는 8위에 처져있다.

 KIA는 4강권에 한 번도 진입하지 못했지만 흥행에선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올해 개장한 광주-KIA 챔피언스필드(2만2000석) 덕분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경기당 관중이 32%(9221명→1만2187명), 관중 수입(전반기)은 70%(27억원→46억원)나 늘었다.

 프로야구는 17일 퓨처스(2군) 올스타전, 18일 올스타전(광주)을 개최한 뒤 22일부터 후반기 일정에 들어간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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