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용사이트 만들어 대포차 1만대 판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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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거래 사이트를 만들어 1만여 대의 ‘대포차’를 판매하거나 거래를 알선한 업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인터넷에 대포차 매매ㆍ알선 전용 사이트를 운영한 업자들이 무더기로 잡힌 것은 처음이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16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상습적으로 대포차를 거래한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 등) 등으로 106명을 적발해 김모(32·서울 삼성동)씨 등 31명을 구속기소하고 6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달아난 7명은 지명수배했다. 이들이 2009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거래한 대포차는 1만12대로 판매 금액은 649억3900여 만원이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김씨는 2009년 인터넷에 대포차 거래 사이트 ‘www.88car.com’(일명 88카)을 개설한 뒤 지난 3월까지 대포차 438대(매매가 44억8700여만원)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사이트에 광고 코너를 만들어 대포차를 거래하는 업자들에게 월 100만∼160만원을 받고 배너 광고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88car’가 들어가는 사이트 20여 개를 추가로 만들어 연계시킨 뒤 온라인 대포차 시장을 독점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사이트는 모두 폐쇄됐다. 거래업자들에게 차량을 판 사람은 주로 사채업자ㆍ학생ㆍ회사원 등이었다. 사채업자들은 돈을 쓴 사람이 제때 갚지 못하면 담보로 제공된 차량을 빼앗아 김씨 등에게 시세의 절반 이하로 넘겼다. 업자들은 인터넷 사이트나 스마트폰을 통해 접속한 20, 30대 회사원ㆍ대학생 등에게 한 대당 최고 300만원까지 붙여 판매했다. 업자들 중에는 고급 외제차인 람보르기니ㆍ벤틀리ㆍ페라리를 모는 사람도 있었다.

검찰은 “대포차 값이 중고시세의 40∼50%인 데다 적발돼도 벌금형이 대부분이어서 젊은이들이 큰 죄의식 없이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포차업자 안모(29)씨는 김씨의 사이트에 광고를 한 뒤 1017대(매매가 52억7200만원)를 팔았다. 업자들은 대포차 가격을 높이기 위해 보험설계사와 공모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거나 자동차 주행거리를 줄이기도 했다. 서부지청 송삼현 차장검사는 “대포차 운행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등 자동차관리법의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 대포차 = 명의이전 절차를 거치지 않고 거래된 차량으로 실제 운행자와 차량등록증의 명의자가 다른 차량을 의미한다. 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차량을 사채업자 등에게 헐값에 넘기면서 발생한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 많아 사고가 나도 보상받기 어렵다. 게다가 운행자를 알 수 없어 범죄의 도구로 활용되거나 뺑소니 사고를 일으키는 등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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