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직통전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경과 「모스크바」 사이에도「핫·라인」이 있는 모양이다. 「닉슨」의 『회고록』을 보면 이 전화가 한때 불통했던 얘기가 나온다. 1966년 진보도에서 중소가 충돌했을 때의 일이다.
『나「코시긴」수상인데 모택동 주석과 통화하고 싶소.』
이때 교환원은 한마디로 거절했다. 「코시긴」은 주은래 수상이라도 연결시켜 달라고 했다. 『당신들은 수정주의자요. 그럴 수 없소.」 역시 교환원의 대답이었다.
「닉슨」은 이 얘기를 주 수상으로부터 들었다. 주은래는 「시키지도 않은 일」을 교환원들이 한것에 오히려 만족하고 있었다고 한다.
거세하고-, 「핫·라인」은 요즘 세계의 도처에 가설되어 있다. 가까이는 서울과 평양, 멀리는「본」 과 「베를린」(동서독), 「텔아비브」(이스라엘)와 「카이로」(이집트), 「파리」와「모스크바」,「런던」과 「모스크바」, 「뉴델리」(인도)와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 등.
미국「워싱턴」을 중심으로「모스크바」·「런던」·「파리」·「본」·동경을 잇는 「핫·라인」도 따로 있다.
이런 긴급전화는 원래 1963년 8월30일에 개통된 「워싱턴」과「모스크바」사이의「K·K·라인」에서 비롯되었다.
「케네디」와 「호르시초프」의 합의에 마라「사고·오산, 또는 통신의 실패에 의한 전쟁의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한」장치다.
미소 두 나라는 71년9월 『「핫·라인」 개선협정』을 다시 맺어 종래의 「텔리타이프」 방식에서 인공위성방식으로 현대화했다. 따라서 두 나라 사이엔 「컴퓨터」에 의해 송수신된다. 6시간마다 암호로「모스크바」에선「푸시긴」의 시구나 「투르게니에프」의 소설 구절을 타전하면 「워싱턴」에선 그 날의 야구나 축구「스코어」를 통고한다. 미묘한 문구와 숫자로 서로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미소사이의 수뇌가 육성으로 직접 통화하는 일은 거의 없다. 언어가 다르고, 더구나 정치문제에 그로 인한 공연한 오해를 낳을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필경「아프가니스탄」문제로 두 나라의「새로운 냉전」이 벌어지고 있는 요즘엔 「워싱턴」∼「모스크바」의「핫·라인」은 불꽃이 튀길 것 같다.
남북통화의 산물인 서울·평양사이의 「핫·라인」은 지난76년8월30일부터 중단되어 있었다. 북한측의 일방적인 조치에 의한 단절이었다.
11일 하오 6시를 기해 이 전화가 다시 개통되었다. 역시 북한측의 일방적인 조치다. 무슨 이유로 끊기도하고, 잇기도하는지-.
그들의 수법은 오히려 수상쩍기까지 하다. 같은언어·같은민족 사이인데 서울과 평양의 통화가「아프리카」의 오지보다 어려웠던 현실은 바로 남북한의 거리를 실감할 수 있게 한다.
앞으로 평양은 전화속에서 무슨말을 하려는지 두고 볼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