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내각의 발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규하대통령정부는 14일 조각을 완료하여 새내각의 명단을 발표함으로써 정식 출범하게 됐다.
돌연한「12·12사건」으로 새정부의 구성이 늦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는데,이처럼 크게 늦지 않게 조각을 무사히 끝내게 된것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새 내각의 구성을 보면 중립성 유지를 위한 배려와 참신한 인상을 풍기도록 애쓴 흔적이 눈에 띄고, 대부분 경제부처를 자리바꿈으로 기용한것은 경제시책의 지속성을 고려한 탓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자타가 다 알다시괴 정치발전에 의한 새 민주정부를 가능한한 빨리 탄생시키는 것을 가잠 큰 임무로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정부는 과거 어느정부와도 성격을 달리하고 있으며 그만큼 어려움도 더 많이 겪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민의 여망대로 순탄한 정치발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안보태세, 안정된 경제질서와 민생·민심의 안정이 필수적인 조건이다.
우선 안보문제만 하더라도 국방에만 전념해야할 군이 후방의 계엄업무까지 맡아 그 역할이 넓어졌고, 최근에는 미국이 다시 도발을 경고할만큼 북괴가 우리쪽 사태를 악용할 우려에 촌호의 방심도 있어서는 안된다.
경제적으로도 유가가 다시 오르고 국제수지가 더욱 악화되는등 곤란이 가중되고 있으므로 여기에 대응할 우리의 능력도 신장해야 하겠다.
민심 역시 최근 일련의 사건을 맞아 차분하게 가라앉기까지에는 좀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한편 그들에게 맡겨진 과업인 정치발전을 추진해야 하는 이병고에 처해 있는 셈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하 각료들의 비상한 각오와 분발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우선 뭣보다 내각이「팀·웍」을 빨리 이뤄, 정부가 단결함으로써 경상기능읕 발휘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며, 다음으로「10·26사태」이후 발생한 모든 비정상적 요소를 정상으로 회복하는 것이 순서다.
또 그동안 진행돼온 석방·복교·복직 등의 조치도 계속 추진돼야 할것이며, 너무 늦지 않게 앞으로 전개될 정치발전의 큰「스케줄」의 윤곽도 제시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진행되리라는것을 알 수 있어야 민심도 안정될 수 있고, 그 속에서 대세의 흐름도 형성될 수 있지 않겠는가. 당장의 제여건이 어렵다 하여 이런 일의 결점을 미룬다면 안정이 오히러 어려워질 소지가 됨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임기가 짧을 수 밖에 없는 정부라 하여 매사를 무정안일의 적당주의로 넘겨서도 안되겠다.
과거의 적폐와 타성을 과감히 제거하는 일은 시대적 요청으로서 평상시의 정부보다 오히려 적극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졸속하고 무책임한 시정의 하나로 꼽혔던 실없는 고교평준화시책같은 것도 이번기회에 과감히 개선하자는 것이 국민여망인 것이다.
우리는 새정부에 맡겨진 이 모든과업읕 대통령이나 새 각료들이 공평무사의 애국심으로 수행해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특히 정치발전이란 고도의 정치를 새 정부가 탈정치의 중립적인 자세로 추진하는것이 앞으로 모든 시정의 전제가 됨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