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행의 시정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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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혼란보다는 안정, 외화보다는 견실한 실천이 국가·사회발전의 요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나라의 진운이 걸려있는 역사적인 전환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 뜻에서 15일 최규하대통령권한대햅의 국회본회의에서의 시정연설은 비록 일종의 과도정부 수반의 요식적 희망의 피력이기는 하나 그가『국가적관점에서 볼때 헌법문제를 포함한 정치적 발전문제는 신중하고도 철저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합헌적 절차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다루어져야만 된다』고 강조한 것은 건실한 국가발전을 희구하는 국민적 요청을 반영하려고 한 것으로 이해된다.
입헌민주공화국의 국기를 세운지 30년유여, 일찍이 한번도 평온한 정치승계를 경험해 보지 못했던 우리로서는 이번 기회야말로 그같은 질서있는 평화적 정권승계의 기틀을 닦음으로써 성숙한 민족의 기량을 대내외에 보여주어야할 엄숙한 사명을 띠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새해시정방향을 국가안보의 공고화, 사회안정과 공공질서의 유지, 국민생활의 안정과 경제의 안정적 성장지속에 두겠다고 밝힌 점은 바로 성숙한 사회를 지향하자는 이같은 국민적 요망을 참작한 것으로 믿고 싶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새해가 80년대를 여는 첫 장이므로, 이번 예산국회는 국가의 안정에 절대적인 선행요건인 경제기조의 안정화 실현에 중점을 두고 보다 합리적인 예산편성을 위해 따질 것은 따지고 깎을 것은 깎아 소홀함이 없어야할 것이다.
내년도 한국경제의 목표는 실질성장율 9%, 물가상승율 10~12%, 수출 1백86억「달러」, 수입 2백18억「달러」, 통화증가율 20%에 두고 예산규모를 금년보다 28.9%가 늘어난 5조8천4백30억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 예산규모를 두고 정부는 긴축예산이며 이미 추구하고 있는 긴축기조의 연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80년의 경상성장율을 22.1%로 설정하고 예산규모가 28.9% 팽창한 것이 긴축이라고 하는데는 의문이 없을 수 없다.
물가상승을 전제로한 예산편성이 습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심의과정에서「인플레」단절을 위한 정부의 의지확인을 철저히 해야할 것이다.
다행히 한가지 배정적인 측면은 국민생활의 안정을 최우선 정책으로 정하고 모든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하여 이를 실현하겠다고 경제정책의 골격을 설명하고 있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중화학공업건설을 계속 추진하며 공업구조의 고도화를 촉진하되, 선별투자와 완공된 공장의 가중율 제고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한정된 투자재원, 시장성의 유무라는 경제적 기준 보다는 정책적 결단으로 이루어진 중화학공업 투자의 비효율성을 뒤늦게나마 시정하겠다는 뜻이라면 다행한 일이다.
이밖에 외교·사회복지·교육·문화예술분야에서도 정부는 전진적인 자세로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으로 있어 국민생활의 실적향상에도 유념하려는 뜻이 뚜렷하다.
그러나 새해는 내외로부터 한층 더 어루운 시련이 우리에게 닥쳐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제적으로는 예측못할 중동사태의 변화로 국가간의 역학관계가 복잡해질지 모르며, 경제적으로는 유가충격이 세계경제를 다시 한번 구조적으로 뒤흔들 위험성이 있다.
또 한국의 정치·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북괴의 책략이 더한층 광적이 될 우려도 없지않다.
이러한 내외의 도전을 이겨내어 80년대 번영의 기틀을 잡아나가는데는 공직자·정치인·근로자를 비롯한 모든 국민이 상식을 존중하고 조화와 균등감각을 잃지 않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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