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만 매달린 친청자들의 기대 충족시켜줄 수 없었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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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느 날 아침 들려온 박정희 대통령의 비극적인 서거소식에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충격의 파장이 조금 가라앉으면서 우리가 기댄 곳은 바로 다름 아닌 「라디오」였으며, 신문이었으며, 「텔리비전」이었다.
그 중에서도 「텔리비전」매체는 「뉴스」와 정보를 가장 생생하게 보고들을 수 있어 한층 각광을 받았다.
○…지난3일 TBC·KBS·MBC 3개 TV가 6시간에 걸쳐 합동으로 전국에 중계한 고 박정희 대통령의 국장실황은 「텔리비전」만이 해낼 수 있는 절대적인 기능이었다.
온 국민이 「텔리비전」앞에 앉아 때로는 한숨짓고, 때로는 눈물지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궁금한 점도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조문사절이 왔다는데 어느 나라의 누구인지 얼굴과 이름을 분명히 좀 알았으면 싶었고, 운구행렬이 영결식장을 떠나 국립묘지로 향할 때는 어디쯤 왔으며 저렇게 울고있는 사람들이 앉아있는 장소는 어딘지 궁금했다(지방사람은 더할 것이다).
「카메라」가 몇 대나 동원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같은 장면이 평면적으로 너무 오래 계속되어 계속 주의를 집중하기 힘든 점도 있었다.
방송관계자들만큼은 어느 때 무슨 일이 터지더라도 자기 감정을 절제하여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왜 어떻게의 6하 원칙을 지키는 정확하고 친절한 전달에 힘썼으면 한다. TV중계가 단순히 구경거리가 아니고 훌륭한 보도기능까지 겸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열흘동안의 「텔리비전」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가장 큰 몫을 차지하던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자취를 감추고 고전음악·「다큐멘터리」·외화·특집극 등이 재방영되었다.
국상기간중이라 따로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는 없었겠지만 추모방송에 따른 약간의 기획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단순히 고전음악이나 우리 가곡만을 방송, 아까운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께서 이 나라에 남긴 업적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18년 동안 치적한 그분의 업적을 분야별로 나누어 방송했더라면 시청자들에게 한결 더 큰 감명과 이해를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럴 때 우리의 마음을 달래줄 우리의 음악, 우리의 「드라머」, 우리의 기록영화가 없음은 아쉬웠다.
○…추모「프로그램」에서 연애인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TBC만 『쇼쇼쇼』시간에 양희은 등의 가수를 등장시켜 시도를 했을 뿐이다.
대중가수는 대중 외 청서를 표현하는 사람이다. 나름대로 슬픈 감정을 고상하게 표현한다면 뜻 모르고 듣는 외국성악가의 노래보다도 훨씬 감동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손을 놓아버린 것은 방송이 스스로의 한계를 그어버리는 것과 같다. 항상 대중을 위로할 수 있어야 그것이 진정한 대중문화가 아닐지.
우혜전<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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