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제는 긴축 밀고 나가는 것|재미 경제학자 곽승영 박사가 본 『한국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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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권위있는 세계경제 예측기관인 미국 「스탠퍼드」 경제케연구소(SRI)의 수석연구원으로 있는 재미 경제학자 곽승영 박사를 만나 「아웃·사이더」로서 한국경제를 보는 기탄없는 소견을 물었다.
곽 박사는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도미, 「버클리」의 「캘리포니아」대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블루킹즈」 연구소와 미국연방준비제도(FRS) 등에서 근무했다.
◇먼저 외국의 경제전문가들이 우리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부터….
-학자들의 연구논문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성공사례가 한국경제다.
그러나 성장을 서둘러은 대가로 지불해야 할 「인풀레」의 수습이 향후지속성장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경제는 커진 그릇속에 알맹이를 다져 넣어야 할 중요한 전환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경제의 운용방식에 대해 느낀점은.
-뒤늦은 감은 있으나 성장일변도에서 안정쪽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아직도 정책의 『조화와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책이 너무 쉽게 결정되고 너무 쉽게 번복되는 인상이 짙다.
각 경제부처들온 저나름의 정책 「아이디어」를 양산하고 있지만 이들에 우선순위를 메기고 교통정리해주는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가.
-아니다. 기구는 있는 것으로 충분하며 문제는 정책운용의 자세에 있다. 과거 경제규모가 작았을때는 다소 시항착오를 해도 부작용이 작았고 한 두사람만의 생각으로도 문제해결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안된다. 정책결정이 전에 충분한 토의가 선행되어야 하고 일단 정책의 우선순위가 매겨지면 일관성있게 밀고나가야 한다.
◇그동안 계획경제를 해오다보니 너무 목표지향적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목표숫자의 달성에 지나치게 매달리다보면 정책의 경직화를 면키 어렵다.
정책의 일관성과 경직성을 동일시하면 곤란하다. 형편에 따라 총 통화 증가율이 25%선을 좀 넘으면 어떤가.
문제는 융통성있게 충격올 줄이면서도 내년, 내후년까지도 어떻게 일관성있게 긴축을 밀고 나가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계획 발표한 수치를 맞추지 뭇하면 국민들이 이를 비난하고 이 비난이 두려워 정책당국이 억지로 맞추려는 식의 악순환은 하루빨리 벗어나야한다.
◇모처럼의 강도있는 긴축으로 기업들이 아우성이다. 미국도 긴축이 한참인데 그쪽 기업들은 어떤가.
-오히려 기업들이 긴축에 앞장 서고있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인플레」를 잡지뭇할 경우 기업들로서도 당장 급료인상 요구에 부딪치게 되고 또 뒤늦게 긴축이 실시되어 금리가 오르면 금융부담까지 늘어날것이 뻔하므로 하루빨리 긴축을 해서 「인플레」피해를 줄여야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상품의 경쟁력에 대해서….
-최근들어 중화학공업육성 「붐」에 눌려 경공업부문을 소홀히 하는 경향은 납득이 안간다. 장기적으로는 물론 중화학공업의 육성이 꼭 필요하겠지만 우리의 경제능력을 감안할 때 경공업제품의 품질향상올 통해 국제경쟁력을 구축해야한다.
◇한국경제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최근 일고있는 경제학의 조류는 경제정책의 수행에 있어 「국민들의 이해」를 주요한 섭수로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심리적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능한 범위에서 정부의 역할을 점차 줄여 나가는것이 바람직 하며 이를 대체할 기업활동의 책임감 역시 절실히 요청된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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