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고동|NICS(신 공업국가군)와 그 주변|「선진」을 향한 발돋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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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사 특별취재반, 동남아경제권 현지취재>
79년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보고서는 NICS(Newly Industrializing Countries=신공업국가군)라는 새로운 분류를 했다. 개도국에서 한발 벗어나 본격적인 공업화로 가고있는 나라들-. 「아시아」에선 한국을 비롯한 자유중국 「싱가포르」「홍콩」등이 이에 속한다. 「아시아」의 선진국 일본도 몹시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이들 NICS를 경계하고 있다. 본사는「아시아」의 NICS를 중심으로 날로 비중을 더해 가는 동남아경제권을 재평가하기 위해 지난 9월초부터 1개월 간 특별취재반을 편성, 현지 취재를 했다. 취재반엔 ▲현영진 논설위원 ▲김두겸 동경특파원 ▲이수근 「홍콩」특파원 ▲박병석 경제부기자가 참가했다.<편집자주>
동남아경제권은 확실히 무게를 더해 가고 있다. 아직 경제권이라고 이름 붙이기가 이를지 모르지만, ASEAN(동남아국가연합)을 중심으로 5개국「블록」이 결속을 더욱 다져가고 있고, 기타 국가들도 유형무형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동남아 각국은 경제발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으며 그 성과는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라고 한마디로 표현하지만 그 구성인자는 물론 잡다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백「달러」에서 2천「달러」를 넘는 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고 경제성장속도도 「싱가포르」·자유중국·「홍콩」과 같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신공업국가군(NICS)에 속한 나라가 있는가 하면 「인도네시아」·「말레이지아」처럼 더디지만 착실하게 나가는 나라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 공통된 사실은 10여년 전부터 경제성장에 관심을 둔 이래 모두 현저한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그것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계속되리라는 점이다.
특히 월남공산화, 「인도차이나」반도의 분규계속, 소·중공의 각축 등 주변정세의 불안은 경제력배양과 협력만이 생존을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자극을 주었다는 것이다.
9월 21일부터 때마침 「자카르타」에서 열린 SEA GAMES(동남아체육대회)기간 중 「인도네시아」의 유일한 국영TV는 틈틈이 ASEAN 각국을 찬양하는 노래를 내보내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나라 「싱가포르」』 『우정의 나라「타일랜드」』등의 노래 속에 담긴 동남아인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필리핀」의 「마닐라」대학 「A·프라차」교수(경제학)는 『동남아정세의 급변은 우리에게 민족적 자각이랄까, 경제발전의 필요성이랄까 아무튼 큰 영향을 준 것이 틀림없다. 그기에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제국의 경제공세, 「오일·쇼크」등은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주었다』고 말한다.

<자원개발·합작투자에 문호>
동남아 각국이 독자적인 경제개발계획을 세우고 자국의 경제체질에 알맞는 경제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모습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한국·「브라질」·「멕시코」·「유고」·「포르투갈」「그리스」등과 같이 NICS로 분류된 「싱가포르」·자유중국·「홍콩」등은 이제 기술혁신·자본축적을 이룩하여 80년대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하려 하고 있다.
또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말레이지아」는 자원개발에는 외자도입의 문호를 열어놓고 있으면서도 공업제품에는 외국기업의 진출을 제한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인니·「필리핀」·태국 등은 외국기업의 단독진출을 적극 억제하고 합작투자를 장려함으로써 국내의 모자라는 투자재원을 메우는 한편, 외국기술습득의 기회를 잡으려 하고 있다.

<정책과 국민의식간에 「갭」>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갖게되는 것은 고임금으로 고생산성·고성장을 기약한다는 「싱가포르」의 NEP(New Economic Police=신 경제정책)다.
NEP는 무턱대고 고임금정책을 쓴다는 뜻은 아니다.
기술혁신을 의해 전자·항공 등 정밀기계공업의 집중육성으로 『제2의 산업혁명』(「고촉통」무역산업상)을 일으킬 것이며 그것은 많은 기술료지불, 즉 고임금으로 실현하겠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노동력의 고급화다.
이에 못지 않게 「홍콩」은 외국의 선단 기술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고 자유중국은 연구개발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신공업국가군의 기술혁신·자본축적은 불가피한 명제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그에 비해 한단계 내지 두단계 뒤떨어진 국가들은 우선 대내자본형성·기초기술의 소화를 당면과제로 삼고 나름대로 『안정위에서의 성장』을 원칙으로 전진하고 있다. 『서두르지 말고 지속적으로』가 「슬로건」인 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정책 당국의 선도, 제창과 그에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식』간의 「갭」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도 대부분의 동남아국가가 자원보유국이니 만큼 일단 경제개발이 본 궤도에 올라서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해지는 『제4의 경제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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