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불안 해소방안 모색|34차 IMF-IBRD 합동총회의 초점&&대체계정 설치문제 논의|개도-선진그룹 협조는 공론에 그칠 듯|「달러」2백억불쯤 흡수…SDR구실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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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일부터 5일까지 「유고슬라비아」의 수도「베오그라드」에서 열리는 제34차 IMF(국제통화기금) 및 IBRD(세계은행)합동총회는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자본주의경제체제를 받치고 있는 세계통화금융기구회의가 사상 처음으로 공산권에서 열린다는 점에서도 획기적이거니와 「달러」화의 하락과 금값 폭등, 세계적인 「인플레」등 국제통화질서가 극히 불안정한 때에 열린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계속되는 석유값 인상으로 가속화된 국제통화질서의 혼란을 바로 잡는 일이 세계경제가 당면한 최대의 과제다.
따라서 세계경제의 안정 및 균형성장을 위한 금융정책협조문제,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불안방지방안 등이 이번 회의에서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다.
금융정책의 협조는 결국 환율의 안정을 위해 각국 정부가 필요 적절하게 개입하고 경제정책을 조정하자는 것인데 원칙찬성, 각론이견의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불안방지문제는 IMF에 대체계정을 설치해서 SDR (IMF의 특별인출권) 본위체제를 점차 구축한다는 방안에서 모색되고 있다.
IMF대체계정은 각국 통화당국이 외화준비로 갖고있는 「달러」의 일부를 IMF에 설치될 대체계정에 예탁하고 그 대신 IMF가 발행하는 SDR표시 증권으로 국제결제가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IMF는 예탁 받은 「달러」로 미국정부가 발행하는 중장기 재무성증권에 투자해서 운용하며 거기서 생긴 수익은 SDR표시증권의 이자에 지불한다는 것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요컨대 각 국이 보유한 잉여「달러」를 흡수, 「달러」화의 가치하락을 막아 보자는 것.
이 구상은 78년 봄 「멕시코」-IMF 잠정위에서 당시 「비테펜」전무가 제안했던 것으로 처음엔 미국 측이 「달러」화의 위신추락이란 입장에서 반대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적극 찬성하고 있다.
「달러」의 밑바닥을 모르는 하락과 국제기준통화로서의 역부족, 금년 봄부터 가동한 EMS(「유럽」통화제도) 등 국제통화의 다극화 추세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달러」화산이 일본의「엔」화나 서독 「마르크」화로 바뀌는 것보다는 16개 주요국가의 「바스킷」통화인 SDR로 바뀌는 쪽이 위신을 살리는 길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IMF의 대체계정구상에 대해서는 그동안 실무협의과정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이번 총회에서 「설치합의」를 보게될 공산이 크다.
일단 대체계정이 설치되면 약 2백억「달러L」을 흡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체계정의 설치문제와 관련해서 5천억「달러」규모에 이른 「유러달러」시장을 규제하자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이유는 과잉 「유러달러」는 세계 「인플레」를 유발, 국제통화불안의 온상이 되며 과당경쟁으로 인한 「유러」은행의 경영을 압박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당장은 규제기술상의 문제와 개도국에 대한 차관 길을 좁힌다는 부작용 때문에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매년 되풀이되는 개도국과 선진국「그룹」간의 협조조정문제도 또 한차례 공론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IMF보고서에 의하면 비산유 개도국들은 작년에 4백72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봤고 금년엔 적자폭이 5백30억「달러」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비산유국의 누적채무는 무려 2천5백억「달러」를 넘어 그중 1천억「달러」는 앞으로 3년안에 상환만기가 도래하는 것들이다.
개도국들은 이러한 무역적자 및 채무확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들에 대해 수입규제철폐와 원조의 증액, 국제금융기관의 대개도국자금운용확대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선진국「그룹」은 구체적인 실천공약을 내놓기를 기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회의에서 개도국「그룹」과 입장을 같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개도국 중에도 상위「그룹」인 신생공업국(NICS)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석유 등 자원외교의 중요성과 선진국의 수입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개도국「그룹」과 이해가 일치한다.
「베오그라드」총회는 IMF 및 IBRD와 동구공산권과의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공산권에서는 「유고」와 「루마니아」 및 「베트남」(월남을 승계) 등 3개국만 IMF·IBRD에 가입돼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중공의 가입문제가 거론될 것이 확실시된다.
중공정부가 자본 및 기술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고 미국·일본 등 서방국가들이 또한 대중공경쟁을 벌이고 있는 등 여건은 성숙되고 있다.
문제는 먼저 대만을 제명해야한다는 관문이 남아있긴 하지만 대세는 중공 쪽에 유리하게 기울고 있는 상황이다.
공산권에 대한 IMF 및 IBRD의 영항력 확대는 세계적인 금융기관으로서 동서양쪽의 경제를 감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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