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격안치르고 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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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는 21일 본회의를 열어 오는 12윌18일까지로 정기국회회기를 결정하고 22일부터 10윌2일까지 휴회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여당측이 여야원내총무간의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을 결정하는데 반대하기 위해 황낙주 신민당 원내총무가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했으나 백두진 의장이 이를 묵살한 채 회기 및 휴회결의를 선포해 발언대와 의장석에서 여야의원들간에 치고 받는 소동을 벌였다.
이에 앞서 열린 운영위는 신민당측이 불참한 가운데 여당측 운영위원만으로 회기와 휴회 및 10윌4일 정부측 시정연설을 청취하는 1단계 의사일정을 결정했다.
황 신민총무는 여야총무회담에서 의사일정을 협의한 관례를 깨뜨렸을 뿐 아니라 개회전날 운영위에서 의사일정을 협의토록 한 국회법을 위배하여 개회후 소집한 운영위에서 여당이 단독으로 결정한 의사일정이므로 이는 불법·무효라고 주장했다.
○…야당참석을 기다리다 상오 10시 여당만으로 운영위가 끝난 후 10시30분에 개회된 21일 국회 본 회의는 단 3분만에 산회됐지만 온통 고함과 폭력으로 얼룩졌다.
백두진 의장이 운영위에서 넘어온 회기에 대해 『이의 없느냐』고 입을 열자 신민당석 맨 앞줄에 미리 포진했던 황낙주 총무, 김영배 부총무가 의사진행발언을 달라며 발언대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백의장이 재빨리 『그러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사회봉을 두들기자 키가 작은 황총무가 의장석을 향해 「점프」하면서 사회봉을 빼앗았다.
이때 여야의석에서 거의 3분의1에 가까운 의원들이 발언대 및 의장석으로 살도했고 백의장은 『뭐야, 무슨 행동이냐. 방망이를 이리 가져와』라고 소리쳤다.
이 순간 조홍래 유정회 부총무가 재빨리 황총무로부터 사회봉을 낚아챘고 백의장은 미리 준비했던 다른 방망이로 다시 세번 두들긴 후 『이제 상회됐어』라며 의장석 뒷문으로 재빨리 빠져나갔다.
김영삼 총재는 『과거에 사회봉을 빼앗겨 손바닥으로 치는 것은 보았어도 방망이를 3개씩이나 준비해 놓은 것은 걸작』이라며 『백의장이 방망이를 빼앗기자 다른 사회봉을 여기 있다고 들어 보이는 것은 무엇이냐』고 힐난.
그러자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던 김연영 의원(통일)은 『백두진씨는 국회의장이냐, 뭐냐』고 고함.
이 같은 소동이 벌어지는 동안 신민당의 최형우 의원은 『국회가 의장국회인가, 국민국회인가』라고 고함을 질렀고 조홍래·황낙주 의원등 여야간에 멱살을 잡는가하면 이를 뜯어말리노라 단상이 어지러워졌다.
의원석 가운데서 별안간 폐승환 의원 (신민)이 『야, 임마, 너 누구를 치느냐』『지×이 내 배때기를 질렀다』며 출구를 향해 돌아서 나가는 정동성 의원(공화)을 향해 쫓아 나갔는데 서상린 의원(공화) 등이 우의원의 팔을 잡아 출구 쪽으로 밀고 나가던 중 정동성 의원이 전면에서 주먹으로 노의원의 복부를 때린 것.
박영연의원(신민)이 『폭력은 쓰지 말라』며 냉정을 호소했으나 신민당 의원들은 흥분에 들떠 모두 일어나 『이게 국회냐』 『저 개××를 잡아라』는 등의 욕설이 터져나왔다.
여당의석에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기립상태로 대기했고 신형직 공화당사무총장은 『누가 개××라고 하느냐』고 했다.
여야의원들이 한두사람씩 빠져 나가자 『의원총회를 열자』(김동영), 『신민당도 반성해야 한다』(오세응), 『우리의 신민당이 신민당이냐』(박찬), 『이 판국에 우리끼리 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신민당을 불질러 버려라』(우승환) 등의 대여비난과 자체반성과 자조가 뒤범벅이 되어 튀어나왔다.
○…본 회의직후 회의장에 남은 40여명의 신민당 의원들은 김간영 의원이 『이 자리에서 의원총회를 하자』고 고함을 지르자 회의장안에서 서성거렸고. 최형우 의원은 『오늘 안나온 신민당의원들은 도대체 뭣하는 사람들이냐』고 비주류중진들의 불참을 비난.
본회의에는 정운갑 유치송 정해영 김은하 송원영 한건수 김윤덕 박병효 최성석 의원 등이 불참했고 이철승 전 대표는 개회전 잠시 나왔다가 일찍 퇴장.
한편 여당총무들은 『오늘여당은 황낙주 신민총무와 이도선 공화부총무에게 의사진행발언을 주도록 했기 때문에 야당이 그 같은 난동을 부리는데 대해 사전준비없이 기습을 당했다』고 했다.
김용호 공화당부총무는 『오늘 백의장이 말끝을 채 맺기도 전에 황총무가 방정맞게 나왔기 때문에 사태가 발발했다』고 화살을 야당측에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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