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활동과 노사문제-특별조사반의 보고서를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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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YH사건이후 관심을 집중시켜 오던 정부의「산업체 및 농촌사회에 대한 외부노력 침투실태 조사보고서」가 14일 마침내 발표되었다.
산업체와 농촌에 대한 기독교의 선교실태를 주로 파악한 이 보고서는 이른바 도시산업선교협회와「가톨릭」농민회의 일부 소수 신부·목사들이 노사문제·농촌문제 등에 불법적·변칙적 개입을 한 사례가 있고, 근로자들에게 계급의식을 조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점 파악에서 한 걸음 나아가 도시산업체와 농촌에서 왜 이 같은 「외부세력」의 개인이 가능하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 즉 개인요인을 아울러 분석하고 그에 따른 대책까지 제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조사반은 문제의「도산」을 용공친하는 것은 아니나 앞으로 그 활동을 주시 하겠다고 밝혔다.
본란은 일찌기 정교분리의 원칙과의 선교활동에 관한 시비에 대해서는 엄격한 자제가 요청된다고 강조한바 있지만, 이제 정부의 공식보고서에 의해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게 된 현실을 큰 불행으로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재론하지만 정치와 종교의 분리는 근대이후 확립된 보편적 원칙이다.
따라서 신앙의 자유와 선교활동에 대해서는 국가라도 간섭할 수 없도록 헌법적 보장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가 특정 종교를 위해 여타 종교에 불리한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종교가 현실의 정치를 담당해서도 간섭해서도 안 된다는 것도 근대들어 확립된 부동의 원칙이다. 물론 이 말이 종교인이란 이유로 개인의 참정권이 제약되거나 정치적 발언이 금지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 같은 정교분리의 원칙은 우리 헌법에서도 명문으로 채택되고 있고, 특히「도산」활동이 문제된 최근에 와서는「정」쪽이나 「교」측에서도 거듭 지방의 영역을 간섭할 의사가 없음을 밝혀왔다.
따라서 이런 원칙적인 의사합일이 존재하는 만큼 문제는 다만 선교활동의 위법성 한계에만 국한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로서는 사회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종교라 하여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며, 종교 역시 초법적 특권을 요구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선교활동도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하며, 정부로서도 그것이 위법인지의 여부만 문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번 교부의 보고서는「도산」과「가톨릭」농민회의 일부 소수가 「불법적」「탈법적」「변칙적」활동을 했다고 밝히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우리는 소수교인의 범법관련을 불행으로 여기기보다는 선교활동의 위법성 여부를 둘러싸고 빚어질지 모를 정치와 종교의 갈등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더우기「도산」외에 새로「가톨릭」농민회를 문제삼은 정부의 초사결과는 그것이「가톨릭」교회의 공식기관이란 점에서 이러한 우려를 더욱 깊게 하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덜기 위해 이처럼 비등해진 논란을 계기로 하여 교회측은 선교활동의 온당한 한계에 관해 새로이 일선을 획하는 자체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여기에는 물론 지금까지의 선교활동에 대한 자체검토와 보고서에 나타난 정부의 분작 그밖에 각계에서 제기된 의견들이 참고돼야 하리라고 보며, 그리하여 더 이상 선교활동이 정치와 마찰을 일으키거나 사회문제화하는 일이 없도록 허심탄회한 노력을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은 교회가 현실의 정치에 아첨하거나 순종일통도로 나가라는 뜻이 아니며, 최소한 위법·불법·변칙시비는 없도록 하자는 뜻이다.
종교의 건전한 사회참여는 얼마든지 바람직하지만 그 방법과 정도에는 일정한 한계과 기준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우선 종교의 사회참여가 정치·사회단체의 그것과는 같을 수 없다는 일반적 원칙이 있을 것이고, 다음으로 그 사회의 상황여건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가령 우리나라의 현실이「마르크스」주의자와의 제휴나 폭력투쟁을 부르짖은 고「카미요·토레스」신부의 남미적현실일수도 없고, 「루벰·알베스」의 해방신학의 이론이 적용될 사회도 아니라는 데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선교활동의 방법론에서 배급의식 조장의 협의는 받지 않는 것이 종교자체의 존립·발전과 보호를 위해서도 유익하리라고 본다.
한편 이번 보고서가 제기한 문제에 관해서는 정부·기업·노조도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조사반이 외부세력의 개입요인에서 지적한 것처럼 노소의 무능, 기업주의 악덕, 정부의 영농시책에서의 실수 등, 이런 것들이 있었기에 외부단체의「침투」가 가능했던 것이다.
「도산」이나「가톨릭」농민회가 그들의 이익에 반했거나 부분적인 정당성이나마 갖지 못했던들 근로자나 농민이 그들을 따랐을 것인가.
정부는 이런 각도에서 문제를 파악, 대책을 세우는 노력의 사실성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보고서를 시정에 반영토록 내각에 지시하고 외부의 개입요인을 관계부처가 스스로 분석하여 보완토록 하라는 박대통령의 지시는 적절하다 하겠다.
박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근로자나 농민의 불만요인을 해소할 효과적 방안이 문제해결의 근본이며, 이를 위해서는 그들의 정당한 이익과 주장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메커니즘」이 정책·기업·노조 등에서 확립돼야할 것이다.
요컨대 오늘날 근로자·농민에 문제가 있다면 그 근본원인이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지,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하며, 그 결과 어떤 일을 무엇부터 해야할 것인가를 냉정히 생각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있고서야 이번 조사의 보람을 거둘 수 있고 선교활동을 둘러싼 그 동안의 진통·논란의 발전적 해결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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