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공업국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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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생공업국(N1CS)의 좌표는 결국 스스로의 반재능력을 기준으로 설정되어야한다.
그 능력은 물적인 대원이나 설비축적일수도 있고 부가측적인 기술축적이나 교섭역량일 수도 있다.
이 모든 요인들을 포괄하면 일국 경제의 대외적응력 내지는 신축성으로 귀결된다. 불행하게도 한국경제는 그런 중축성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전략적 무기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자원은 빈한하고 설비는 축적의 도상에 있으며 혁신해나갈 기술적 축적기반도 취약한 수준이다. 다 같은 신생공업국이라도 우리는「멕시코」·「브라질」같은 자원도 없고,「스페인」·「포르투갈」처럼 서구적 연대도 희박하며,「싱가포르」·「홍콩」처럼 무역중계지로서의 이점도 훨씬 덜하다.
이렇게 볼 때 신생공업국으로서 우리 경제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화분야는 생각보다 훨씬 제한적이다.
더우기 자원의 국제유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2차대전이후 20여년간의 「좋은시대」를 제외하고는 줄곧 국제자원유동성은 감소추세에 있다. 석유파동 이후 한가지 분명해진 것은 적어도 금세기말까지는 이런 기본추세를 반전시킬 어떤 새로운 요인도 예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제문의 자유로운 자원·자본이동을 암묵적 전제로 발전해온 현존의 세계공업체제는 이제 더 할 수 없이 상호의존도를 높여 놓았으나 그 전제가 오히려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생공업국들의 고민은 이미 자원·시장·기술에서 상당한 기득권을 확보해놓은 선진공업권으로부터의 견제와 후발개도국으로부터의 시장압력을 동시에 극복해야하는 어려움이다.
18세기 초업까지의 중상주의가 그 속성에서는 수탈적이었으되 방법론에서는 자원이동을 보장한 반면 지금의 신중상주의는 상호배타적 시장이동의 성향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면서도「블록」화의 가능성조차 막혀있다. 같은 신생공업국들이면서도 각각의 입장과 여건이 판이하다. 신생공업국「그룹」의 협의체구상이 비현실적이라는 판단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새로운 국제환경과 그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길뿐이다. 대외의존도 70%이상의 경제를 자족적 순환체계로 바꾸기는 어렵더라도 자원·자본과 기술의 동원능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전자는 주로 우리의 대외교섭력과 연관되므로 스스로 신축성을 넓히는 정책적 기반조성이 필요하다. 대외거래에서 국제적 관행을 벗어나지 않도록 무역제도나 행정을 표준화해가는 노력이 불가피 할 것이다.
보다 시급한 과제는 후자의 기술축적이다. 신생공업국의 최대과제는 바로 이 기술의 격차를 극복하는 일이다. 그들이 궁극적으로 봉착하게 될 장벽은 자원도 자본도 아닌 바로 기술장벽이다.
선진공업국들이 최후로 내밀게 될 「카드」는 결국 고차원의 기술수준이므로 「기술의 무기화」는 다만 시간문제일 뿐이다. 각종 병기나 핵·고도전자 기술에서는 이미 무기화가 충분히 진전되어 있지 않은가.
신생공업국의 선택은 결국 부가가치가 높고 상대적으로 자본·자원집약도가 낮은 기술·기능집약적 산업의 가능성을 추구하는 길이며 이는 집중적인 신기술의 도입, 개발, 축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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