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서쪽 통과 때 육지 저항에 부딪쳐|열대성 저기압으로 변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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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59년 「사라」호만큼의 피해가 예상됐던 제10호 태풍 「어빙」은 다행하게도 열대성 저기압으로 변질돼 우리 나라를 통과했다.
「어빙」은 발생 후부터 계속 육지를 피해 해상으로만 북상해 그 세력이 좀처럼 꺾일 줄 몰랐으나 목포 서쪽을 통과할 무렵 반경 5백㎞에 달하는 태풍의 외곽이 반도에 올라섰고 그때부터 산맥 등 육지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급격히 약아되기 시작. 하오 4시쯤 군산 서쪽 50㎞ 해상에서는 태풍의 눈이 없어지고 열대성 저기압으로 변질돼 태풍으로서의 일생을 마친 것이다.
태풍은 장애물이 없는 해상에서는 수증기·상승 기류 등의 「에너지」를 받아 점차 강화되나 내륙이나 해협 쪽으로 들게 되면 저기압권을 유지하는 「에너지」의 보충이 어려워 약화된다.
특히 전주 지방에 새로운 부저기압이 형성돼 본래의 주저기압인 태풍의 세력이 약화돼 태안 반도로 채 오르지도 못하고 군산 부근에 힘없이 상륙하고 만 것이다.
전문가들은 태풍이 온대 지역을 통과하면 부저기압권을 만들어내기에 알맞은 조건을 맞는 수가 많고 태풍이 육지에 접근하면 처음의 바람이 약해지고 태풍의 눈이 소멸되는 것이 상례이나 이번처럼 1시간 동안 10「밀리바」가 올라가 세력이 약화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이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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