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무리한 수출은 소득의 해외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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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즈음 긴축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가고 있다. 최근 어느 고위당국자는 「성장우선」을 공식석상에서 표명한바도 있다.
이런 의견이 받아들여진 탓인지는 몰라도 안정화시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지 석달이 채 못되어 긴축의 기조는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

<기업의 자금난은 자체적 해결필요>
긴축을 완화하자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우선 기업의 적응력을 무시한 급격한 금융긴축은 안정에 기여한다기보다는 기업의 흑자도산을 초래하고 있으며, 그러지 않아도 전망이 좋지 않은 하반기 경기를 크게 위축시켜 실업의 증가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시길 것이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원유가 인상으로 물가는 어쩔수없이 오르게 되어 있으니 안정은 어느정도 희생하고 성장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한다.
정말 긴축이 되고 있는가?
통화지표를 보면 금년 상반기에 총통화는 전년동기에 비해 계속 30% 수준으로 팽창하였고 통화도 18%이상 증가했다.
이정도면 외국서는 보통 금융확대라고 한다. 아무리 우리경제의 특수여건을 고려해도 최근의 유동성 억제를 심한 긴축이라고는 볼 수 없다.
더구나 긴축이 불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 기업은 간접금융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관계로 긴축에 견디기 어렵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5년간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기업도 양적으로 성장하였을 뿐만아니라 체질면에서도 크게 강화되었다. 최근의 긴축으로 기업이 흑자도산을 하리라는 주장은 기업의 적응력을 너무 무시한 우려에 불과하다.
문제는 우리기업이 긴축다운 긴축의 시련을 겪어본 적이 없어 자금난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능동적인 자세가 미흡한데 있다.
오랜 기간동안 높은 성장율과 높은「인플레이션」을 겪어온 우리경제에 있어서 안정화를 추구할 경우 어느정도 성장의 감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즉 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단계에 있어서 우리경제는 어느 목표달성에 역점을 두어야 하겠는가? 그것은 안정이라고 본다.

<긴축완화-물가상승 근로자부담 가중만>
그 이유는 첫째로 80년대의 고도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만일 실업율이 미미한 상태하에서 물가와 채금이 계속 오른다면 수출의 신장을 통한 성장정책은 멀지않아 한계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둘째로 이번에도 지난번 석유파동때처럼 성장을 위한 정책을 밀고 나간다면 우리경제는 성장에 비해 너무도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우선 세계적인 경기후퇴로 수출이 크게 증가할 수 없게 되어있다. 더구나 원유가의 상승과 공급부족, 높은 고용수준등으로 우리경제는 공급면에서 커다란 제약을 받고 있다. 즉 단기적으로 수출산업이 내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한 내수중심의 경기회복은 성장보다는 오히려 물가상승만을 유발할 것이다.
세째로 원유가 인상으로 금년에 우리소득의 2%나 해외로 누출될 것이 예상된다. 무리한 수출은 이러한 누출을 조장하는것에 불과하며 만일 긴축을 완화하여 물가가 오르면 그 누출의 부담이 근로자등 한부문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 네째로 긴축을 강행한다면 어느정도 실업의 증가는 불가피하겠으나 이는 미시적인 부분대책으로 대처할수 있다.

<사회세력간 갈등은 인플레가 심화시켜>
그러나「인플레이션」은 근본적으로 재정·금융등의 거시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더구나 금년도 총통화의 목표(25%)를 지켜도 성장율은 7%이상이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자본주의 경제에 있어서 사회의 각세력이 서로 보다 큰 소득의 몫을 차지하려는 투쟁은 불가피하다 하겠다. 이러한 이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단기적인 편법이「인플레이션」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나「인플레이션」의 부작용은 장기적으로 각세력간의 투쟁과 갈등을 더욱더 심화시킨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것이다.
수출금융을 풀고부터 통화량이 많이 늘어날 전망이며 이대로 가다가는 금년도 통화목표는 지켜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안정을 위해서는 늘어나는 유동성을 최대한으로 억제해야할 것이다.
만일 이러한 억제가 어렵다면 긴축의 보완으로서 금리의 인상내지 자율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기업이 자금난을 겪고있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는 금리의 저수준과 경직성으로 금융시장이 마비되어 자금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있다. 금리의 자율화가 이루어진다면, 자금난은 긴축하에서도 상당히 호전될 것이다. 더구나 가계나 기업은 증가되는 유동성을 저축으로 흡수하여 통화증발에 따른「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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