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 목관 5중주, 그윽하고 영롱한 선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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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왼쪽부터 퍼거스 맥윌리엄, 안드레아스 비트만, 마리온 라인하르트, 미하엘 하젤, 발터 세이파스. [사진 이건창호]

베를린 필하모닉 목관악기 파트 5명으로 구성된 ‘윈드 퀸텟’이 이건창호(회장 박영주) 초청으로 처음 내한했다. 1990년부터 사회공헌사업의 하나로 주최해온 ‘이건음악회’ 25주년 기념 무대를 위해 서울에 온 단원들은 “도전적 모험이 될 연주 프로그램을 짜 달라는 이건의 주문이 흔쾌했다”고 말했다. 3일 부산문화회관을 시작으로 4일 고양 아람누리, 5일 서울 예술의전당, 6일 마스터클래스와 이건 가족공연, 8일 인천예술회관, 9일 광주문화회관으로 이어지는 공연 일정이 좀 빡빡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호른 연주자이면서 리더인 퍼거스 맥윌리엄은 “한반도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어 기대된다”고 했다.

 평균 연령 50대 중반인 단원들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자로 있던 88년 창단해 26년 긴 세월을 가족처럼 앙상블을 이뤄왔다. 베를린 필 128명 단원이 따로 또 같이 활동하는 30여 개 앙상블 중에서도 최장 역사를 기록한 비결을 묻자 창단 멤버인 발터 세이파스(클라리넷)는 “합창과 독창에 비유할 수 있는 현악기 파트와 금관악기 두 분야를 중주(重奏)로 녹여내는 힘 덕분일 것”이라고 답했다.

 윈드 퀸텟이 고른 작품은 칼레비 아호(핀란드), 리게티(루마니아), 카를 닐센(덴마크)의 목관 5중주곡이다. 안드레아스 비트만(오보에)은 “우리는 편곡이 아닌 오리지널만 연주하는데 좀 부족한 듯해도 현대음악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전해줄 수 있다는 우리 선택을 청중이 지지해주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들은 베네수엘라 청소년 음악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에 10년 넘게 관계하며 음악의 사회적 확장에 관심을 기울여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하엘 하젤(플루트)은 “갈수록 빈부 양극화가 심해지는 세계 현실에서 음악 교육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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