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투명한 돼지고기값, 소비·생산자 함께 사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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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연화
소비생활연구원장

우리 국민이 많이 소비하는 돼지고기 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수입 돈육의 가격마저 상승 기류에 들어서자, 육가공업체까지 제품가격을 약 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소비심리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이에 소비자 단체에서는 각 업계에 일시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다고 즉각적으로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는 것을 심사숙고 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최근 생산자 단체인 대한한돈협회가 돼지고기 가격 급등락에 따라 인상폭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한돈산업의 기반을 지속가능한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내려진 협회 측의 용단에 대해 소비자단체장으로써 매우 환영하는 바다. 비록 아직은 소비자의 비용부담 등이 즉각적으로 체감하기에는 미미하다고 할지라도, 상생을 지향하는 한돈협회의 결정은 우리나라 전체의 생산자·산업계와 소비자에게 전하는 메시지의 울림이 크다고 본다.

 지금까지 가격결정 메커니즘은 소통보다는 단절과 균열, 그리고 다소 이기적인 행태로 이뤄져 왔다. 즉, 생산자·제조업체·유통업체는 시장의 주요 행위자인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장 구조를 형성해왔다. 소통을 통한 공감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시장의 기능에 대해 신뢰를 상실해 “소비자는 봉이냐”고 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의 결정을 계기로 한돈협회는 앞으로도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과 형평성 있는 시장구조를 이루기 위해 소비자와 진정어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특정 제품 및 브랜드에 충성적인 소비 행태를 보이기 보다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한다.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돈제품의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수입산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잃을 수 있다. 이처럼 한돈에서 수입산 돈육시장으로 소비자가 이탈하게 될 경우, 우리 한돈의 가치는 점차 하락해 축산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 또한 수입육에 의존하게 돼 결국에는 안전하고 신선한 우리식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줄어들 것이다.

 사실 그동안 생산자단체에서는 높은 생산원가와 소비침체로 인한 어려운 현실을 호소하며, 소비촉진을 통해 우리 농가를 지켜줄 것을 요청했었다. 이런 농가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불통하는 시장에서 생산자들이 내는 목소리를 소비자들은 신뢰하지 못했고 공감하지 못해 우리 사회의 만성적인 문제가 돼 버렸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가 이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와의 시차없는 소통을 이룬다면 냉혹한 축산농가의 현실은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생산에서 최종 소비까지 모든 단계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알려 우리 축산농가와 한돈의 고유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킨다면, 이에 따라 소비자는 제품의 품질 및 가격에 대한 적정성의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김연화 소비생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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