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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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의 인구는 줄잡아 45억. 그중에 10억이 끼니를 굶을 정도의 극빈자들이다.
인도의 인구는 그 절반이 넘는 5억 5천만. 만약에 그들이 모두 「토일렛 페이퍼」를 쓰게 되면 온 세계의 산이 벌거숭이가 된다.
그러니까 세계의 인구 중의 적어도 7분의 1은 계속 가난한 편이 좋다는 역설을 펴는 사람도 있다.
세계의 부는 너무나도 몇몇 나라에만 몰려 있다. 부를 누리는 사람도 한정되어 있다.
지난해까지 세계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높았던 「쿠웨이트」의 인구는 80만. 그중에는 막벌이 「팔레스타인」인등 떠돌이 아랍인이 60%나 된다.
그러니까 32만도 못되는 「쿠웨이트」 사람들이 저마다 1만3천 「달러」의 소득을 누렸다는 얘기가 된다. 「스위스」 연방 은행이 최근에 발표한 바로는 「달러」가의 하락 탓으로 「쿠웨이트」를 누르고 「스위스」가 세계 제 1의 부국이 되었다 그 인구도 고작 6백30여 만 명.
세계는 참으로 고르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부러워할 일도 아니다. 국부가 곧 개인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닌 것이다.
이번 조사로 보면 소국 「노르웨이」의 「GNP」도 9천8백여 「달러」로 미국을 자그마치 2백 「달러」나 누르고 세계 제 7위가 되어 있다.
그 「노르웨이」의 「니·리브스·스틸」지에서 지난 76년 『당신은 행복합니까?』 라는 여론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때 현재의 생활수준이 너무 높다는 사람이 76%, 너무 낮다는 사람은 뜻밖에도 1%밖에 안되었다.
현재와 같은 경제성장정책을 계속하면 지위와 물질에 대한 경쟁사회를 만들고(87%) 「스트레스」와 건강을 해치며(86%), 비인간적인 대도시만을 만들어낸다(85%)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한마디로 덜 먹고 덜 입어도 좋으니 행복하게만 해달라는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이 세계 제 52위의 부국이 되고 「GNP」가 1천2백42 「달러」로 뛰어올랐다 해서 슬퍼해야할지 기뻐해야 할지는 분명치가 않다.
『어른들은 복숭아 색깔의 벽돌집을 짓고 창엔 제라늄의 화초가 놓여있고, 지붕위엔 비둘기가 나는 예쁜 집을 봤다고 우리가 말해도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겠지요. 어른들에게는 10만 프랑 짜리 집을 봤다고 말해야 알아듣는 답니다. 그제야 어른들은 탄성을 울리며 그것참 훌륭한 집이구나 할 게 틀림없습니다. 』생텍쥐페리 의 명작 『별의 왕자들』속의 한 구절이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는 모든 것을 행복까지도 GNP로 재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는 사이에 「D 가보트」가 염려한 『풍족속의 황폐』가 우리 내면에 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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