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협의 통항로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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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주해협의 영해안에 통항로를 지정, 선포하려는 정부방침은 운항선박의 사고예방과 그에 따른
해양오염예방에 목적이 있는만큼 필요한 조치로 판단된다.
일·중공간 무역협정체결로 앞으로 13년간 주로 제주해협을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양국간의 교
역량이 8백억∼1천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점, 특히 물량의 대부분이 중공원유라는 점을 생각
하면 이 해협에서의 선박사고와 해양오염 예방조치는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작년 한햇동안 일본은 중공대연으로부터 제주해협을 거쳐 7백만t의 원유를 수입했으며, 이에 따
라 20만t급이상의 대형유조선이 연간 1백50여회 운항했다는 점만 보아도 빈번한 유조선 왕래에
따라 혹 있을지도 모를 파선·좌초·선박화재등 불의의 사고와 그에 따른 해양오염에 대응하는
조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제주해협은 좁은 해역에 해류의 소통마저 나빠 사고
가 날 경우 오염제거가 지극히 어려운 곳이라는 점에서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오늘날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공해문제는 문명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고, 특히 해양공해
문제에 관해서는 착안이 늦은 그만큼 관심도 드높은 것이 최근의 추세다.
해양오염의 주범이 각종 폐기물의 방유와 함께 선박사고에 의한 유류오염임은 널리 알려진 일
이다. 폐기물규제는 이미 각국의 상식으로 돼있지만, 유조선사고 등에 의한 해양오염에 대해서는
아직도 법적·행정적 대응이 미흡한 것이 국제적 현실이다.
대형유조선 1척의 조난으로 오염되는 해양은 일개 해수욕장이나 항구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으
며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70년「캐나다」근해에서「오나시스」소유 유조선 1척이
좌초함으로써 1만1천t의 원유가 방유됐을 때 오염해역1백25「마일」에 각종 해조 수천마리가 죽
어 떠 있었다는 보고나, 사고가 없더라도 유조선에서 스며나오는 기름만 해도 연간 세계적으로
약1백37만t에 달한다(75년 미국립과학원해사위보고)는 보고만 보더라도 유조선 왕래에 따른 해양
오염의 우려가 얼마나 큰가를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유조선의 사고율은 매우 높은편으로, 좀 묵
은 통계이긴 하지만 59∼68년의 10년간 세계의 유조선사고는 1만3천4백건에 달했다.
그러나 우리의 영해법·해양오염방지법등은 무해통항이나 불의의 선박사고 또는 인명구조를 위
한 오염배출등은 처벌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이런 우려에 대응할 장치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구상하는 제주해협의 통항로지정은 바로 이런 우려에 대응하는 현실적 조치라는
점에서 누구나 긍정할 수 있을 것이다.
영해에 있어서의 통항로 지정은 국제법상 보장된 권리로, 「도버」해협, 「말라카」해협등에서
이미 연안국이 지정한 전례도 있으며 인접국과의 분쟁 여지도 없는 것이다.
대체로 우리나라 행정은 사태예측에 더디고 뭔가 일이 터져야 대책에 급급한 것이 숨길 수 없
는 경험인 터에 해양오염문제라는 비교적 관심이 낙후한 분야에서 이같은 예방적 착안이 제기된
것은 드문 일이다. 전문컨대 해외수학의 모인사가 이점의 필요성을 당국에 제기한 결과 이같은
조치를 구상하게 됐다고 하는데 정책당노자들은 이처럼 귀를 넓히고 눈을 멀리하는 자세로 임하
는 것이 국리민복에 유익함을 새삼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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