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복부인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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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하루에 붓는 돈이 50만∼5백만원이나 되는「복부인계」(일명 새마을계·조조계)의 「베일」이 벗겨졌다. 부동산투기「붐」이 사라지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한 이 계모임의 내막은 계금 1억8천여만원을 떼먹고 자취를 감췄던 여계주 최경순씨(40·서울도곡동136의8)가 경찰에 붙잡혀 밝힘으로써 드러났다.
서울시내에 성행하고 있는 복부인계는 20여개로 하루 계금만도 모두 1백여억원에 이르러 긴축정책으로 부도직전에 놓인 부실기업의 자금「파이프」가 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계모임은 최씨가 이사직을 맡았던 회원1백50여명의 M회.
이 회는 지난2월5일 발족, 서울낙원동 N요정과 석관동의 음식점·다방 등을 「아지트」로 삼아 매일 하오3시부터 5시간동안 모여 하루평균 5억여원의 곗돈을 만들어 사채놀이를 했다.
회원은 「카바레」·음식점주인 등 유명유흥음식업소 주인과 대기업 부인에서부터 「아파트」투기로 떼돈을 번 복부인·미제물건장수·암「달러」상에 이르기까지 모두 10∼20년의 계주경력소유자들이다.
이들은 「승현엄마」「현미모」「승주모」「미애모」등 계호를 사용, 본색을 감추고 「레코드·로얄」「그라나다」「슈퍼살롱」「코티나·마크W」등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핸드백」에는 항상 자기앞수표 10만∼5백만원권이 다발로 들어있다.
특히 회칙까지 마련, 회장·부회장·총무 각 1명과 이사·감사·고문 등을 약간명씩 두고 회비(조장 월20만원, 일반회원 1만원)를 갹출하기도 한다.
겉으로는 회원간의 친목도모와 불우이웃 돕기에 목표를 두어 지난2월에는 서울신림동 양로원을 방문, 위문품을 전달하여 노인들의 칭송을 받기도 했다.
계 방법은 12명 또는 24명이 한조가 되어 매일 1인당 50만∼5백만원씩의 곗돈을 붓고 번호대로 곗돈을 타 12일만에 끝내는「12일계」.
맨 끝번인 12번에 타는 계원에게 높은 이자가 붙게 돼 있어 이를 악용, 모두 끝번을 준다고 속여 계금을 챙겨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 또 계주가 다른 거액(2천만∼1억원)의 계에 연쇄적으로 가입, 하루 불입금이 「펑크」날 때 송두리째 깨지기 마련이다.
예컨대 6백만원짜리 계의 경우 1인당 하루 50만원씩 부어 1번을 탈 때는 수령금5백16만원에 이자7만원 등 5백23만원밖에 받지 못하나 12번은 수령금 6백만원에 이자48만원 등 모두 6백48만원을 받게돼 모두 12번을 차지하려고 한다.
최씨는 30명으로 6백만원·1천2백만원짜리 계를 조직, 1억8천여만원을 거둬 한 계단 높은 2천만∼1억원짜리 17개 계에 30구좌를 들어 계금을 쏟아 넣으면서 「아랫돌 봅아 윗돌 괴는 식」으로 무모하게 계를 운영, 일확천금을 노리다 「펑크」가 났다.

<김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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