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 말- 이철승 전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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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철승 전대표 『패자는 본래 말이 없는 법인데…. 』 재집권을 꾀하다 고배를 든 직후 방배동자택으로 직행한 이철승 전 대표 최고위원은 좀처럼 말문을 열지 않았다.
2년6개월 동안 야당을 끌어오면서 당내외의 비난을 받았으나 이대표는 끝까지 『참여하의 개혁「중도통합론」을 소신으로 내세웠다. 패배가 확인 된 순간 『당의 민주적 결정에 승복하겠다』 고 홀연히 태도를 밝혔던 그는『솔직히 말해 홀가분한 심정』이라고 패자로서의 소감을 피력.
마포시대의 개막을 장식하려다 채 막을 올려 보기도 전에 물러나게 된 소감 (이씨아호)은 모든 것을 운명소관으로 돌리며 착잡한 심정을 달랬다.
전당대회는 결코 승자도 패자도 없는 대화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이씨는 새 총재와 힘을 합쳐 정권교체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총재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에 대해 『공외세력이 압력을 넣어 대회장의 분위기를 파괴했기 때문』이라고 한 이씨는 비당권파의 허무맹랑한 흑색선전으로 입은 타격이 매우 컸다고 했다.
특히 1차 투표 직후 개표작업을 신속히 하지 못했던 것을 패인의 하나로 꼽았다.
언젠가는 후진에게 자리를 물려줄 각오였지만 막상 대표직을 뗘나게 되니 착잡한 감회를 느끼게 된다며 『당의 민주적발전과 근대화를 위해서는 흑색선전·모함·장외비방의 폐습이 하루 속히 근절돼야 한다』 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대표재임 시 총선거에서 최초의 승리를 기록했고 마포당사를 건립한 일은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것』이라며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 아니냐』는 말로 대권 재도전 가능성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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