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민당수의 선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내외의 관심 속에 열린 신민당 전당대회는 김영삼씨의 총재당선으로 결말이 났다.
우리는 앞으로 2년 동안 제1야당을 이끌어 나갈 김씨의 승리에 축하를 보내면서 아울러 패배한 이철승씨 등 여러 후보의 선전에도 영사를 보낸다.
총재를 뽑은 전당대회과정이 그토록 치열했던 득속 전과는 달리 비교적 원만하고 순조로 왔다는 사실이나 근소한 표차에도 불구하고 패자가 홀연히 결과에 승복한 자세는 과연 제1야당의 저력을 다시 한번 과시한 것으로 마음 든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직·자금 면에 있어 열세였다는 김씨의 승리는 다른 무엇보다 그의 주장의 승리였다는 점에 누구나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전당대회는 적은 표 차이긴 했지만 그의 이른바 「선명야당론」「민주회복론」을 지지한 것이며 이 같은 결과는 앞으로 정국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임 김총재를 구심점으로 하는 신민당의 새 지도부가 그들의 공약인 선명야당론을 어떻게 추진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이것이 체제도전은 단부욕』이란 정부여당과 마찰을 빚을 소지가 크고 결과적으로 정국강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우리는 4, 5년 전 바로 김총재에 의한 이른바 「민주회복」 투쟁이·지나친 이상만의 추구로 빚은·좌절을 신민당이나 김총재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줄 믿기 때문에 앞으로 그와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목표는 결정하더라도 여건에 따라 방법논의 신축성이 있어야 하고, 목표의 추진에 있어 완급과 우선순위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특히 최근 우리가 겪고있는 경제물가 고·「에너지」위기· 자금난·공해·서민생계문제 등 단순히 체제나 정권만의 문제일 수만도 없으며, 난국의 극복을 위한 중지의 규합에 반드시 여야의 구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정부의 경제시책에 다분히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신민당인 만큼 앞으로 새 신민당지도부는 이런 국민적 난국해결에도 의견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전당대회를 마친 신민당의 1차적 과제는 무엇보다 당의 단결이다.
과열된 당권경쟁으로 빚어진 불화와 대립을 말끔히 씻고 빠른 시일 안에 단결된 모습으로 당력을 재정비하는 것이 신임총재의 실무가 아닐 수 없다.
곧 단행될 당직개편에서도 화합 정신이 발휘되기를 바라면서, 요직을 전리품 배분 방식으로 배분할게 아니라 적재를 적소에 배치함으로써 당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개편해주기를 기대한다.
성급한 「선명체질」의 구축 시도는 다수원내의 반대세력의 저항을 불러일으켜 두부와 동체간의 괴리현상을 보여 수년전의 국면을 재현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 신임총재의 포용성 있는 지도력을 바라는 것이다.
다시 한번 김총재의 승리에 축하를 보내면서 그의 지도아래 신민당이 이상과 현실을 조화하는 건전한 야당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신민당의 당권교체를 계기로 정국도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국가체제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풍이 조성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