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아들 위한 아빠의 첫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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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프로 데뷔 후 107개 대회 만에 첫 우승컵을 차지한 주흥철과 그를 챔피언으로 세운 가족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 KPGA]

29일 전북 군산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 J골프시리즈 최종 라운드.

 전반 9홀을 마친 주흥철(33)은 아내 김소희(33)씨로부터 18개월 된 아들 송현이를 받아 안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7~8번 홀 연속 보기로 흐름이 좋지 않았던 상황. 그러나 아들의 얼굴을 본 주흥철은 다시 힘을 냈다.

 주흥철의 아들은 선천성 심장질환인 ‘팔로 4징증(심장으로 흐르는 일부 혈관이 막힌 증상)을 앓았다. 지난해 두 차례나 대수술을 받았 다.

 주흥철이 가족에게 생애 첫 우승컵을 선물했다. 주흥철은 최종일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타를 줄여 최종 합계 13언더파로 허인회(27·JDX 멀티스포츠)를 2타 차로 제쳤다.

 주흥철은 헝그리 골퍼다. 1998년 세미 프로가 됐지만 배고픈 연습생 시절을 보냈다. 2007년 정규 투어에 데뷔하기 전까지 레슨을 하면서 경비를 마련했다. 2008년 이후 매년 상금 랭킹 60위 안에 들었지만 한 해 5000만원 안팎의 상금으로는 투어 경비를 대기도 빡빡했다. 2012년 결혼해 가장이 됐지만 형편은 펴지지 않았다. SK텔레콤오픈 공동 3위 상금 6000만원으로 전셋집을 마련할 만큼 생계형 골프를 했다.

 지난해에는 최대 시련이 찾아왔다. 첫 대회인 발렌타인 챔피언십(공동 17위) 이후 6개 대회에서 연속 컷 탈락했다. 주흥철은 “ 힘든 시기였다. 결혼 전이었다면 빨리 우승하기 위해 서두르면서 더 슬럼프에 빠졌을 것이다. 가족이 있어 견뎌냈다”고 했다.

 주흥철은 14번 홀(파4)에서 2m 버디를 성공시키며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16번 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했고,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8m 버디를 성공시킨 뒤 아내와 아들을 껴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엄마 품에서 잠들어 있던 아들은 아빠·엄마의 울음소리에 깨어나 함께 울었다. 우승 상금은 6000만원. 주흥철은 “아내가 다른 선수들의 우승 장면을 보면서 가족이 함께 기뻐하는 모습을 부러워했다. 그 꿈을 이뤄줘 기쁘다 ”며 웃었다.

군산=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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