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서 맞붙는 소·중공 문화사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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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련과 중공의 대규모 공연단이 공교롭게도 동시에 서독을 방문해 중·소 분쟁이 무대 위에까지 확대되는 듯한 느낌을 주고있다.
소련최대의 「쇼」단인 「알렉산드로프·앙상블」이▲지난4윌 하순부터 서독공연을 갖자 5월에는 중공이 민속가무단인 북경「오페라」를 파견. 중·소 양국으로선 5월말까지 피차 양보할 수 없는 공연경쟁에 뛰어들게 되었다.
물론 「알렉산드로프」는 현대적인 「쇼」단인데 반해 북경「오페라」는 민속예술단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 두 공연단의 공연내용이나 관중석의 바용은 『무대 위의 중소대결』이란 표현으로 연일 「매스컴」에 대서특필, 관심을 높이고 있다.
우선 북경「오페라」는 중공예술단 최초의 「유럽」공연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서구인으로선 비교적 난해한 가무 및 가면극인데도 공연장마다 초만원.
첫선을 보인 중공예술로서는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
그렇지만 「알렉산드로프」역시 2백여 단원이 한꺼번에 합창하고 무용하는 완전무결한 「매머드·쇼」이기 때문에 갈수록 인기상승, 중·소의 무대대결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인 의미에서는 북경「오페라」의 완승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누구보다도 콧대높기로 이름난 「헤르베르트·폰·카라얀」의 「베를린·필하머니」가 중공가무단 공연에 대한 답례로 오는 가을 북경을 방문, 70생애 최초로 공산권 공연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경「오페라」의 첫번째 공연이 제2TV를 통해 전국에 중계된 데 비해 「알렉산드로프」는 제1TV의「쇼」시간에 불과 10분 동안 출연하는 푸대접 뿐만 아니라 「알렉산드로프」단원은 「토스터」「라디오」등 「쇼핑」량이 많아「트럭」까지 끌고 다닌다는 말이 나도는가하면 북경단원은 마치 유치원 원아(?)처럼 일사불란한 행동으로 서독 사람의 칭 찬이 자자하다.
중·소 양국은 5월의 1차 대결이후 계속 미술·음악 등 각종 문화행사를 준비중에 있어 서독은 앞으로 「유럽」내의 중·소 문화대결장으로 등장케될 가능성이 크다.
【본=이근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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