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위기의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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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산유국들은 경쟁이나 하듯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고 그 동안 온건노선을 지켜 유가안정의 결정적 역할을 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의 정치무기화를 경고하고 있다.
이미 국제 원유가격은 지난 3월부터 적용한 「배럴」당 14.5「달러」(「아라비안·라이트」기준)를 훨씬 넘어 산유국에 따라 18「달러」선으로 올렸고 「로테르담」이나 「런던」의 현물시장에서는 33∼35「달러」까지 폭등했다.
산유국들이 생산을 조절하고 계속해서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세계는 석유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이 같은 석유위기는 「이란」정변이후 조성된 것으로 최근엔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강화에 반발하는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를 정치무기화 함으로써 더욱 악화되고 있다.
특히 최대의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대 「이집트」 강경 노선으로 선회해, 생산을 조절할 기미를 보이자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감산은 안 했지만 대 서방 주 공급「루트」인 「아람코」에 대해 감량 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전체 수요의 17%를 수입하는 일본에 대해 7월 1일부터 공급량을 15% 감량하겠다고 통고했다.
그런가 하면 「리비아」는 OPEC의 원유가격이 대체 「에너지」 가격과 맞먹는 「배럴」 당 27「달러」선까지 계속 오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6월말 열릴 OPEC총회는「이집트」와「이스라엘」을 제재하자는 정치적 보복의 분위기가 강해 유가의 재인상 조치를 취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이란」이 작년 수준에서 2백∼3백만 「배럴」 떨어지는 감산을 계속하고 「사우디」가 생산을 조절한다면 「배럴」당 25「달러」의 고유가 시대는 곧 닥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그렇게되면 73년 「오일·쇼크」때와 같은 큰 혼란과 경제적 타격이 세계를 엄습할 것이다.
석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 배급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의「캘리포니아」주에 폭동전야의 불안감이 휩싸이고 있다는 사실이 먼 산의 불이 아닌 것 같다.

<이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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