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문화계 돌아보고온 정낙영씨|보름동안 미출판인 대표단과 함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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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공의 문화계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듯한 느낌입니다. 지난 10여년간 4인방이 해온 문화좌살정치의 후유증이 너무 커요.』
우리나라 출판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출판인 대표단에 끼여 중공문학계를 돌아본 정낙영씨(45·미 「맥밀런·인터내셔널」사 대표)의 중공인상담이다.
13일 일시 귀국한 정씨는 지난달 14일부터 보름남짓 북경·항주·상해·광주등 중공의 큰도시들과 문화기관을 시찰할 기회를 가졌다. 계기는 중공당국이 미국출판문화협회에 공식 초청장을 보내 미국의 대표적 출판인 19명중에 추천되면서 끼이게 되었다고.
「맥밀런·인터내셔널」사는 미국유수의 명문출판사인 「맥밀런」사의 방계회사로 영어학습용 「잉글리시900」과 학술교재등을 보급하는 판매대행회사. 정씨는 지난 60년부터 「맥밀런」과 인연을 맺어 지금은 「대표」의 책임을 맡고있다.
정씨는 8일동안 북경에 머무르면서 중공출판국및 수입국관계자들과 만나 출판계의 실정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중공의 지난 한해 발행된 출판종수는 1만5천종. 부수로 따져 42억부가 된다. 우리나라에 비해 발행부수가 많지만 대부분 학습교재와 아동물들이라고 전한다.
북경의 한 인쇄소를 본 정씨는 인쇄기가 하도 낡아 『한 50년은 된 것 같았다』고.
북경시내에 있는 서점은 단 2곳. 한문서적을 취급하는 신화서점과 외국수입서적을 파는 외인서점뿐이다. 그것도 문학·종교·학술서적은 별로없고 「모택동어록」과 문혁을 선전하는 정치서적들이 대종을 이루고 있어 단색문화의 느낌이 짙었다고 정씨는 말한다. 외서는 대부분 과학·기술관계서적이나 외국어 학습교재들.
중공의 가장 큰 도서관인 북경도서관도 들러본 정씨는 『7백여명의 직원에 9백80만권의 장서수를 자랑하는 대규모였으나 꽂혀있는 책들은 보잘 것 없었다』면서 50%가량이 외국서적으로 영문서적이 2백만권을 헤아리나 대부분 48년 이전에 간행된 낡은 책들이라는 것.
또 신간이라고 해야 최근 1, 2년간에 수입된 책들로 화교들의 기증이나 미 「포드」 또는 「록펠러」재단이 보낸 것들이 많다는 얘기다.
상해거리에서 「찰리·채플린」의 무성영화 『대독재자』 (Great Dictator)의 선전간판을 보았다는 정씨는 「문화부흥」의 바람이 중공전역에 불고있으나 우리나라보다 물질적인 면에서는 아직 20여년은 뒤떨어져 현대화에의 길은 『요원한것 같았다』고 덧붙인다.
정씨는 출협 정진숙회장의 장남. 미 「뉴욕」대 대학원에서 출판학을 전공한 출판「베테랑」이다. 21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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