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해 끊었던 담배 다시 피웠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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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팀이 화란을 여유있게 이기자 이동찬 단장은 『캐나다에 진 후 끊은지 석달된 담배를 결국 다시 피우게 됐었다』고 그간의 초조함을 토로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 단장은 『오늘 패했더라면 이번 대회는 물론 한국여자농구는 당분간 그로기상태에 빠질 뻔했다』고 안도의 말을 하면서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국-화란의 결전이 벌어진 서울종합체육관엔 화란응원단 40여명이 극성스럽게 응원전을 펼쳐 눈길을 모았다.
주한화란대사관과 필립스전자회사직원 및 자제들인 이들은 로열·박스 바로 밑에서 화란기를 흔들고 나팔과 뿔피리를 줄기차게 불어댔다.
아버지가 대사관에 근무한다는 7살짜리 클라인군은 『비록 40여명이지만 한국관중 2만명을 누르겠다』고 기염을 토하는 등 당돌함을 보이기도.
○…브라질-일본전이 벌어진 장충체육관은 한국의 경기를 빼곤 이번 대회에 들어 가장 열띤 분위기를 이루었다.
일본TV 아사히에선 직접 우주중계로 열을 올렸고 관중들은 브라질에 더 많은 박수를 보냈다.
결국 브라질이 1골차로 역전승을 거두자 브라질선수단은 일제히 코트에서 엉겨 끌어안는 등 열정적인 장면을 보였다. 특히 작달막한 아마우리 트레이너(32)는 마치 축구경기에서 골을 넣고 뛰어나오는 선수처럼 무릎을 끓고 십자가를 그은 뒤 맹렬한 속도로 코트를 돌아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 대회를 관전하기 위해 자유중국의 중화항공팀과 일본의 샹송화장품팀이 내한.
중화항공팀을 이끌고 온 주희봉 코치는 『꺽다리 서양선수들이 중거리슛을 막 쏴대고 볼·컨트롤마저 뛰어나 그저 놀랄 뿐이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한국-화란경기 10분께 정미라가 공격반칙 지적에 불복, 주심 카울로(브라질)에게 항의하자 즉각 팀·파울을 선언하여 심판판정의 권위를 과시했다. 경기를 관람하던 국내관계자들은 이같은 심판의 권위는 국내경기에서도 아쉽다고 저마다 한마디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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