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경선생이 70년전에 쓴 최초의 국어사전원고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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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10년대 주시경·최남선등이 기획·편찬한 우리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본이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 이병근교수(국어학)가 1일 공개한 이 국어사전의 이름은『말모이』. 인쇄직전의 완성단계에 있었던 사전식으로 묶여진 이 원고본은『말모이』의 첫부분으로「r」으로부터「걀죽」까지 약1천4백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청색으로 인쇄된 원고지에 주시경선생의 붓글씨로 정서된 이 원고는 23.8×17.2㎝이 크기에 가로쓰기 2단, 1단이 8자×15행의 체제. 겉장을 들치면「ㅁㅏㄹㅁㅗㅣ」라고 풀어쓴 제목이 있다.
모두 1백53면인 이 원고는「알기」「본문」「찾기」「자획찾기」의 4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알기」는 6개항목의 범례와 약호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교수가 공개한 이 원고본은 편찬된 수10권 가운데 그 첫째권으로 사전편찬의 완성된 상태를 보이고 있다.
1914년7월 주시경선생이 세상을 떠나 활자화 되지 못한 이『말모이』는 주선생의 제자인 이광재씨가『조선광문회(회장 최남선)에서 맨처음으로 사전편찬을 시작하고 4,5년간 어휘수집에서 주해에까지 상당히 진행하여 가는 중 여기에 전력하던 김모씨가 해외에 나가게 되고 기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중지되었고, 그 원고「말모이」는 모두 상실되었다』고 1936년「한글」지에 발표, 그 존재가 전설적으로만 알려져 왔을 뿐이다.
우리말에 관한 현대적인 사전으로는 외국인들에 의해 편찬된『한불자전』『한영자전』등 대역사전을 제외하고는 1938년에 문세영이 쓴『조선어사전』이 최초의 국어사전이라는게 지금까지 학계의 정설이었다.
김닌수교수(고려대)는『필체로 보아 주시경선생이 직접쓴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이라고 말하고『인쇄소까지 옮겨지지 못한게 아쉬우며 이번 공개를 계기로 나머지 원고본도 모두 나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방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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