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잦은 전화번호 변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상생활에서 갑작스런 변화에 부딪칠때에는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느냐 하는 생활의 자세가 중요하다.
이미 생활필수품의 하나가 된 전화의 경우 번호가 자주 갑작스럽게 바뀌고 있는 실정하에서도 이같은 생활자세는 그로 인한 혼란과 불편을 덜어주는데 꼭 필요하다.
그러나 한햇동안 한꺼번에 30% 가량의 전화국번이 바뀐 서울의 경우 이에 뒤따르는 부변과 혼란은 앞서 지적한 슬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현대사회에 있어서의 전화의 역할은 그것 없이는 하루도 국민생활의 정장운영이 불가능할만큼 중요한 것이요, 때문에 전화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은 누구나 다 잘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전화의 계속적인 공급에 따라 기존 수용국만의 회선으로써는 이같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전화국의 대설 또 분국으로 인한 국번변경은 부가피하게 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체신당국이 가입자의 입장에서 장차 야기될 불편을 예견하고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다각적인 대책을 세우는 일이라야할 것이다.
우리의 전화사정에서 어차피 연차적으로 대폭적인 증설이 부가피하다면 앞으로 있을 국번 책정때 한꺼번에 차후의 잦은 변경을 회피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앞으로 국번변경을 실시할 경우 현재 2자단위의 국번을 가진 가입전화등도 한꺼번에 3자단위의 변경예상국번을 미리책정 공표하고, 시민들로 하여금 강기간 새 국번에 대한 친근도를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당면해서는 변경된 동번에 대한 간헐적인 홍보활동을 강
화함으로써 당장의 불편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의 전화사정이 국제적으로 크게 뒤지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체신부당국은 그동안 거의 해마다 20%가량 전화증설사업에힘을 기울여 전국의 전화가 2백만대를 돌파했고 올해에도 42만대를 늘릴 계획이나 적체량은 오히려 늘어나 연말께는 60여만대가 누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실정은 인구 1백명당 6대꼴로, 77년 미국의 1백명당 72대나「스웨덴」의 69대, 일본의 43대에 비해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대만의 8·4대에도 뒤지고 있다.
따라서 전학증설이란 과제도 시급하나 증설에 뒤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과 함께 그동안 우리의 전화가 지니고 있는 몇가지 문제점- 예컨대 잦은 고장이나 통화불량·오접및 혼선등을 함께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증설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문명의 이기를 사용함에 있어서 도리어 그것 때문에 짜증이 나게 되고, 문명의 불신을 느끼게 한다는 것은 분명히 모순이다. 더우기 전국 1백74개 지역에 장거리자동전화 (DDD) 가
개통되고 보니 통화삭도 크게 늘어 이미 지난한햇동안 51억건에 달하는통화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점중 기술적인부분은 보다 능동적인 태도로 처리하길 바라며 단순한 번호변경의 경우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홍보활동을 강화할 것을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별도의 예산을 책정해서라도 광고등을 통한 홍보 이외에도 변경된 번호를 일목요연하게 알아 볼 수 있는 임시번호부의 발간업무를 확대할 일이며, 변경항이 많을 경우 연문 1회씩발행하는 전화번호부를 발행기문에 구애됨이 없이 증보편찬하는 친절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