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OPEC<석유수출국기구>><1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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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년전 우리나라의 어느 장관이 한국에 진출해있는 모 외국 석유회사의 외국인 중역과 자리를 함께한 일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장관은 중역에게 우문을 던졌다.
『당신회사는 도대체 산유국에서 원유 1「배럴」을 얼마씩에 사다가 우리에게 파는가.』
그 외국인 중역은 배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미스터·미니스터」. 당신은 백화점에 가 물건을 살 때, 그백화점이 생산업자로부터 얼마에 사다가 이윤을 얼마나 남기고 파느냐고 물어본 뒤 삽니까?』
장관이 다시 물었다.
『그래도 일본과 똑같은 값에 기름을 주어야 하지 않나.』
중역이 다시 대답했다.
『일본은 물건을 많이 사주는 오랜 고객이요. 당신은 당신이 오래 다니는 상점에서 물건을 싸게 산 일이 없습니까?』

<나라마다 다른 판매가격>
다른 다국적기업과 마찬가지로「메이저」가 제3국에 기름을 팔때도 비밀주의를 제1로 삼고 나라마다 대우가 다르다. 인도는 원유를 「배럴」당 24「센트」「디스카운트」해받고 일본은 20「센트」, 한국은 16「센트」하는 식이다.
이러한「룰」은 여러 가지 면에서 나타난다. 70년에 대한석유공사와「걸프」가 맺은「제2차주식인수계약」은 한 번 음미해 볼만하다.
이 계약은 제1조에서「걸프」측은 한국의 석유화학·송유관부설·정유사업 등을 위해 5천만「달러」를 추가제공, 주식전체의 50%를 인수하고 공사로부터 이익배당을 받아 이를 한국밖으로 송금한 총액이「걸프」가 공사에 투자한 총액의 1백50%에 이를 때까지 회사의 운영권을 갖는다고 되어있다.
이어 조직에 있어 2명의 대표이사를 두는데 유공측이 사장, 「걸프」측이 수석부사장을 맡되 이사회(유공측4명, 「걸프」측 4명)의 의장은 「걸프」측의 수석부사장이 맡고 수석부사장은 회사를 대표하여 연차자본과 운영예산·조직·고용·구매·운영 및 판매정책을 준비, 형성하고 승인하며 계약을 체결하는 책임을 갖는다고 되어 있다.
수석부사장은 또 이사회의 투표결과가 가부동수일 때 추가적인 결정투표권을 행사할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되어있다.

<정부의무규정까지 삽입>
이 계약은 또「걸프」는 공사의 사무소에 1인의 감사를 주재시키는 권리를 가지며「걸프」자신의 감사, 또는「걸프」가 선정한 외부특정감사원으로 하여금 언제든지 공사의 장부와 기록을 감사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약은 이것만으로도 보장이 안되는지 대한민국정부의 의무규정까지 만들어놓고 있다. ▲공사가 필요로하는 모든 허가·면허·인가를 사전에 신속히 해줄것▲공사에 필요한 여하한 자재·시설·공급품이라도 신속히 구매토록 외화를 지급하는 허가를 해줄것▲「걸프」나 공사에 불리한 여하한 법령의 변경이라도 이를 방지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것▲외자도입법이 변경돼도 다른 외국인 투자자가 받는것보다 더 불리한 처우를「걸프」가 받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등이 그 골자다.
이 계약에 따라 대한석유공사 임직원의 인사·경영권은 물론, 유공사장의 판공비도 수석부사장의「사인」이 있어야 쓸수 있게 됐다.
유공과 마찬가지로 경인「에너지」로 자본금의 50%를 출자한 미국의「유니언·오일」측이 당초부터 경영권을 갖고있어 똑같은 사정이다.
다만 호남정유는 사정이 달라졌다. 호유도 66년「칼텍스」가 처음 들어올 때는「럭키」의 출자비율이 50%이면서도 경영권을 「칼텍스」측이 가졌었다. 그러다가 70년 자본금을 15억원에서 1백억원으로 늘리면서 「럭키」측이 경영권반환을 요구, 이를 돌려받았다.

<「럭키」선 경영권 되찾아>
이때「럭키」측은 72년도 순이익 15억원, 73년도 순이익 35억원을 배경으로 강력히 경영권 반환을 요구했으며「칼텍스」측이 밝은 사업성을 고려해 이를 수락했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메이저」들은 산유국에서 빼가는 것만은 못하지만 정유3사의 발전과 함께 그래도 톡톡히 재미를 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유3사중 가장 규모가 큰 유공은「걸프」와 합작한 이듬해인 64년에 8억8천만원의 순익을 본데 이어 65년 70억, 70년 21억, 75년 69억8천만원을 벌어들이고 76년에는 1백59억, 그리고 지난해는 1백82억원을 벌어 15년동안 총투자액 5백65억원보다 11%가 많은 6백29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호남정유는 68년에 9천만원, 69년에 7억2천만원의 적자를 보였으나 70년부터 순익을 내기 시작, 이해에 12억, 73년 34억, 75년 48억, 76년 94억, 78년 60억원의 순익을 내 11년동안 총투자액 1백46억6천만원의 1백22%가 많은 3백26억5천만원의 순익을 남겼다.
경인「에너지」의 경우도 71년부터 74년까지 45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75년부터 반전, 지난해말까지 54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이에따라 미국석유회사들의 과실송금과 차관액 회수도 순조로와 유공과 호유에 투자한「걸프」및「칼텍스」는 77년말까지 총투자액 6천46만7천「달러」의 1백43.8%를 과실송금했다.
회사별로는「걸프」가 2천9백88만9천「달러」를 투자, 1백12.5%인 3천3백62만7천「달러」를 보냈으며「칼텍스」는 1천2백14만7천「달러」를 투자, 2백20.9%인 2천6백84만「달러」를 과실송금했다.

<미대사관도 발벗고 후원>
다만 경인「에너지」만은 아직까지 한푼도 송금하지 못하고 있다.
차관상환에 있어서도 유공은 총7천2백15만5천「달러」의 50%인 3천5백75만5천「달러」를, 호유는 6천6백50만「달러」의 53.3%인 3천5백45만9천「달러」, 경인은 1억1천8백94만「달러」의 36%인 4천2백92만2천「달러」를 갚았다.
이처럼 정유3사의 수익성이 높은것에 대해 3사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한국인임원들은 미국식의 합리주의적인 경영관리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석유판매업 자체가 이윤성이 높고「메이저」가 외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자기나라 정부로부터 음으로 양으로 많은 지원을 받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몇해전「걸프」의「도시」회장이 내한했을 때 주한미대사관직원들이 총출동, 극진한 대우를 한것이나 원유도입용선일부를 국산으로 대체하려할 때 당시의 주한대사가 정부고위층을 만나「골프」를 치면서 용선독점을 양해하라는 이야기를 꺼낸 것등은 「메이저」의 영향력을 실감케하는「케이스」다.
물샐틈없는 계약조항과 또 막강한 직접·간접의 영향력을 통해「메이저」는 한국의 정유사업에서「땅짚고 헤엄치기」식의 재미를 보게끔 구조적으로 되어있는 것이다. <신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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