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8백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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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런던」의 인구가 10만명이 넘자「앨리자베드」 여왕은 수도의 팽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직감했다.
그리하여 「런던」 시외 5km이내에는 일체의 주택신축을 불허한다는·조령을 냈다.
1580년의 일이었다.
그후 「제임즈」1세, 「찰즈」1세가 모두 똑같은 금령을 냈다.
지금 와서 보면 이 금령들이 조금도 실효가 없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17세기 말에는 「런던」의 인구는 80만명으로 늘어났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에서도 수도 「파리」시에 대하여 비슷한 취지의 금령을 냈다. 그 후에도 4년마다 6회씩이나 냈다. 물론 효과는 전혀 없었다.
2년 전인가, 정부는 오는 86년까지 서울 인구를 7백만명으로 묶어 놓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서울의 인구는 7백82만명을 넘었다. 서울인구를 6백82만명으로 봤던 77년도 「유엔」 연감으로도 서울은 세계6위가 된다.
78년도 연감에서는 어쩌면 7백48만여명의 「뉴욕」을 제쳐놓고 세계 제3위로 뛰어오를지도 모른다.
도시인구가 1백만명이 넘기는 쉽다. 『삼국유사』를 보면 고구려 때에도 경중의 호수는 21만호가 넘었다니까 1백만 명이 넘는다.
고대의 「알렉산드리아」나 「로마」도 모두 1백만 명이 넘었었다. 문제는 인구밀도에 있다. 고대「로마」시는 1평방km당 1·5만명이나 됐었다. 그래서 범죄율이 엄청나게 높았다.
언젠가 「프랑스」의 사회학자들이 조사한 바로는 최적의 생활공간은 1인당 85내지 1백30평방「피트」라고 한다. 85미만일 경우에는 사회병리와 범죄가 2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서울도 인구밀도만으로는 이제 l평방km당 2만명, 세계최고의 과밀도시이자, 제일 살기 어려운 곳이라는 얘기나 같다.
물론 인구만 억제한다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 것도 아니다. 거년에 서독의 교육자들이 그 곳 신전도시와 구 도시에 사는 아동들을 비교 연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신흥도시의 아동들은 상상력이 낮고 그저 얌전하기 만하다는 게 드러났다.
이유는 뻔했다. 지나치게 정연한 생활환경이 어린이의 호기심과 창조력을 억제했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서울시내에서는 집이 헐리고 새 길이 생기고 한다. 그러는 동안에 서울의 어린이들은 뒷골목이며 샛길들을 하나씩 잃어가며 있다. 인구만 줄어든다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판에 박은 듯한 놀이터가 늘어난다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살기만 편하다고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들은 새 것보다도 손 떼가 묻은 인형에 더 애착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야시장과 약장수와 거리의 음악사, 뒷골목의 낙지 집들에 향수를 느끼는 어른들도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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