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화협회 32대회장 정진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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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출판계가 잘돼야, 우리의 정신문화도 발전할터인데 자꾸 혼란에 빠지는 것 같아요. 이 혼돈상태를 정리하는 일에 올 한해를 애써볼 작정입니다.』
26일 대한출판문화협회32대회장으로 선출된 정종숙씨(68·을유문화사대표)의 소감이다. 정회장은 지난74년 한만년씨(일조각대표)에게 회장자리를 물려준후 5년만에 다시「롤·백」했다.
다른 분야에 비해서 침채상태를 못면하고있는 출판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달라는 회원들의 여망이 이번에 정회장을 다시 불러들였다. 『출판산업이 일반국민에게는「망각지대」의 늪에 빠져버린것 같은데 이는 큰 일입니다. 출판사수가 2천개로 늘고, 연간 발행종수도 1만종이 넘는 「아시아」제3위의 츌판국이긴합니다만 이건 순전히 출판인들만의 외로운 노력의 결실일 뿐이지요. 정회장은 정부당국이 출판문화발전에 너무 무심하다고 꼬집는다.
그러나 출판계 자체의 문제점도 적지않다. 정회장은 『유통구조의 개선』을 제일 시급한 과제로 꼽고있다. 『책의 「덤핑「판매」풍조는 현대산업구조에서 가장 나쁜 버릇을 따온 셈입니다. 또 표절이나 해적판 발행도 늘 있어온 문제입니다만「바진·세일」같은 책의 보급은 책의 가치를 출판인 스스로가 띨어뜨리는 짓입니다.』
그래서 학회장은 출판인의 「양식찾기운동」도 벌이겠다고 다짐한다. 그것은 의욕있는 신진출판사들이 발행하는 단행본이 늘어나고 독자들도 양서선택의 안목이 높아져가고있는 추세로 보아 불가피하다고 정회장은 보고 있다. 과거와 같이 장식적 효과만을 노리는 전집류등의 상업출판도 이제는 일반독자에게 먹혀들어가지않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도 정희장은 출판계의 세대교체 현장은 출판문화의 앞날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정회장은 해방직후 윤석중·조풍연씨와함께 을유문화사를 창설한후 30여년을 출판계에서 줄곧 종사해온 원로출판인. 출협과는 지난 62년 16대의장으로 취임하여 인연을 맺었고 73년까지 회장직을 연임하면서 출판계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출판금고의 설치, 중앙원서전시관운영, 독서신문창간. 출판년감발행등.
현재의 출판문화회관도 정회장의 노력으로 그 초석을 놓았다. 정회장의이같은 역량에 출협혁신을 바라는 출판인들은 큰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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