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음식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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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파리」에 가는 관광객이 반드시 사는 책이 하나 있다. 「미슐랑」의 「가이드· 북」 이다.
이책중에서도 특히 「레스토랑」에 관한 부분은 식도락가들을 위한 완벽한 안내서역할을 해준다. 여기에는 최고급「레스토랑」에서부터 싸지만 맛좋은 대중식당까지도 망라되어 있다.
더우기 모든「레스트랑」이 「호텔」처럼 별표로 등급이 표시되어있다. 물론 별 넷짜리가 최고다.
이를 위해「미슐랑」사의 전문가들이 해마다 조사한다. 따라서 해마다 안내서에 빠지는것도 있고 새로 들어가는 것도 있다. 별 셋에서 둘로 격이 떨어지는것도 있다. 언젠가는 그 유명한「물랭·루지」가 별 셋짜리로 띨어져서 큰 화제가 된적이 있다. 값만 비싸다고 음식맛까지 최고급의「레스토랑」이 되지않는 것이다.
최근에 영국의「파이낸셜·타임스」지가 조사발표한『「비즈니스맨」이 본 세계 주요도시의물가순위』에 의하면 「파리」가 둘째고「도오꾜」가 제일 비싸다.
한마디로 여행자가 제일 살기어려운 곳이라는 것이다. 작년에 2위였던 「뉴욕」 은 이번에는 16위가 되었다. 「달러」 값이 떨어진 탓이다. 한편 동경은 작년에는 15위에 지나지 않았다. 뭣보다드 음식값이 오른 때문이다.
여행자에게 제일 중요한것은 잠자리와 음식이다. 「호텔」값은 어느 도시나 큰 차이가 없다. 또 시설도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천차만별한 것이 음식이다. 값은 물론이요, 맛도 엄청나게 다르다.
아무리 「파리」가 물가고 2위라지만 요령만 있으면 열마든지 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수도 있다. 그것도 「파리」의 설취를 만끽하면서-.
가령 「샹젤리제」의 큰 길에서 한발만 뒷길로 들어가도 음식값은 뚝 떨어진다.
또한 어느 「레스트랑」이나 입구에 그날의 특선「메뉴」와 정가표가 걸려있다. 따라서 크게 망신당할 염려도 없다.
음식은 뭣보다도 맛이 제일이다. 그리고 또 분위기가 문제된다. 비싸기때문에 맛이 좋은게 아니다. 맛이 좋기때문에 비싸진다. 적어도 맛만 좋다면 값은 눈감아도 좋다는 관광객이나 외국인은 많다.
그래서「파리」의 음식값이 비싸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도오꾜」가 살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은 값만이 비싸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서울은 조사대상에서 빠져있었다. 다행스런 일일지도 모른다. 외국의「비즈니스맨」을 위한 음식값이 맛이나 「서비스」, 또는 시설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흉이 드러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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