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세통의 이란을 외세가 넘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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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사「런던」주재 장두성특파원은 영국「런던」대학의 중동정치 및 경제학교수 「아바스·캘리더」박사를 만났다. 이 대담에서「캘리더」박사는「이란」정변은 유산·지식층및 하층 민중종교세력의 이질적인 요소가 독재체제추방에는 행동을 같이했으나 앞으로는 분열할 가능성이 많으며 외부세력이 개입할 우려도 있다고 전망했다. 【편집자주】
장두성=「이란」사태를 고전적 의미의「혁명」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겠는가.
「캘리더」교수-분명히아니다. 계급투쟁의 요소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중산도·지식인·노동자계급과 종교계등 모든 계층의 국민들이 국왕을 밀어내는데 일치단결한데 지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교육을 받은 계층, 유산계층은 국민전선으로 대변되는 민간정치세력에 가담했고 가난하고 교육을 받지못한 계층은 그들의 전통적인 정신적 안식처를 제공해준 회교지도층에 몰려들었다. 왕정을 무너뜨린다는 1차목표가 달성되었으니까 계층간의 반목이 지금부더 나타날 가능성이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움직임에는 혁명의 요소가 분명한 형태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이란」 사태는 급격한 현대화작업이 축적시킨 사회불안이 국왕의 독재때문에 안전판을 찾지못하고 쌍였다가 폭발한 거국적인 거부현상이었다.
장-「호메이니」가 현재로선「이란」민중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유일한 인물처럼 보이는데 그가 앞으로 전개될 「이란」 내정의 진화과점에서 어떤 역활을 할 것으로 보는가?
「캘리더」-왕정이 붕괴되는 시점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다른 세력들이 전면으로 나올 것이다.
현재 정권을 물려받은 「바크티아르」내각, 반정부결합체인 「산자비」박사의 국민전선, 그리고 군부가 모두「흐호이니」의 「이슬람」세력의 경쟁자가될 수 있는 세력들이다.
군부의 향배에 따라 「바크티아르」정권이 장수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은 군부가「바크티아르」정권과 협력해서 사태를 입헌군주제의 확립으로 몰고가려할 것이다. 「팔레비] 왕이나 황태자를 명목상의 통치자로 올려놓고 현재의 정치체제를 큰변화없이 끌고나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과업이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군부의 단결이 와해되는 징조가 이미 보이고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크티아르」정권이 붕괴될 위기가 올때 군사「쿠데타」의 위험이 절정에 달하게될 것이다.
장-그건 최악의 상황이 올 경우 사태를 진정시킬 세력이 없다는 이야기인가?
「캘리더」-그렇다. 그런 사태가 오면 외세의 개입이 불가피하게 될것이다. 외세의 개입은 지구적인 개입과 열강의 개입, 두가지 형태로 생각할수 있는데 지역적인 개입은 중동의 온건파와 강경파의 개입이고 강대국의 개입은 소련과 미국으로 예측된다.
장-왕정의 붕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호메이니」의 정치적 성향은 어떤 것인가. 그의 활동을 보면 반동적인 요소, 진보적인 요소, 종교적환상주의적 요소등 때로 모순된 듯한 요소들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 같은데….
「캘리더」-「이란」 사태에서 가장큰수수께끼중의 하나가 바로「호메이니」의 정체다. 그는 자신이 반공주의자이며 일반적으로 알려졌듯이 사회개혁에 반대하는 보수적 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슬람」 공화국을 건설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이 어떤 형태의 정치적 체제가 될지는 밝히지 않고있다.
내 생각으로는 그가 뚜렷한 정치철학을 가진 정치지도자이기 보다는 정의라든가 반독재 같은 본질적으로 종교적 이상을 추구하는 종교지도자다. 그런 이념에 따라 그는 토지개혁이라든가 여성해방과 같은 진보적 개혁을 지지한다고 말한바 있다.
장-「호메이니」와 같은 종교지도자가 정치에 참여할 근거는 어떤 것인가.
「캘리더」-1906년에 제정된「이란] 혜법은 종교지도자회의의 구성을 명시하고 있다. 이 회의의 기능은 모든 입법활동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호메이니」가 말하는 「이슬람」 공화국건설을 추진하려면 이 의의의 개념을 부활시켜 입법을 통제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장- 「이란」사태로 서방세계쪽에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데 타격의 규모나 성격을 어떻게 보는가?
「캘리더」-경제면에서는 큰 타격이 있을 수 없을 것같다. 초기에는 국왕의 친서방정책에 대한 반발로 반서방의 경향이 강하게 나오겠지만 「이란」 경제가 이미 서방경제와 밀접한 상호의존관계로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호메이니」가 영향력을 갖게된다고 해도 그런 관계를 역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선 「이란」 경제에 큰 타격이 올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면에서의 영향은 보다 심각할지 모른다. 국왕이 소련에 대해서 느껴온 위협을 그의 후계자들은 과소평가하게 될 것이므로 전략적으로 말하면「이란」은 이 지역에서 중립화될 것이다. 이는 서방의 입장에서 볼때 이 지역의 전략적 균형이 철저히 변화함으로써 서방측이 희생을 당한다는 의미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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