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제2의「록히드」사건|「그루먼」경음으로 홍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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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항공기 판매에는 반드시 이권이 뒤 따마른다. 』이 말은 일본에서는 어느덧 정설이 되고있다. 『「록히드」사건』으로「다나까」(출중) 전 수상이 실각, 아직도 해결이 끝나지 않고 있는 때에 이번에는『「그루먼」사건』이 터져 정초부터 일본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있다.
「그루먼」사건에는「기시」(안)「후꾸다」(수전) 등 전 수상 2명과「나까소네」(중주근) 「마쓰노」(송야) 전 방위청장관 등 정계 초 거물급이 관련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어 일본정계가 받고있는「소크」는「록히드」사건 때보다 더 크다.
제2의「록히드」사건으로 지목되고 있는「그루먼」사건은 일본 정부가 79회계연도(79년4월∼80년3월)부터 도입키로 한 이「그루먼」사 제품 조기경보기 E2C가 정부고관 및 대상사에 의해 공작되어 ①일본 판매 대리점이 하룻만에 뒤바뀌고 ②그것은 거물 정치인이 뇌물을 받고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SEC(미증권거래위원회) 보고서가 발단이 된 것.
조기경보기 E2C는 저공침공기의 식별이 가능하고 요격전투기에 무기의 선택까지 제시할수 있는 이른바 『날으는「레이다」』다.
일본 정부는 10여년 전부터 이를 도입키로 결심,「스미또모」(왕우) 상사로 하여금 이를 수입토록 내정했으나 지난 69년 어느날 갑자기 대리점이「닛쇼이와이」(일상암정)로 바뀌어졌는데 이 대리점 변경과정 및 그 뒤의 E2C기 도입방침 결정과정에서「넛쇼이와이」가 미국인「컨설턴트」를 통해 상당한 액수를 당시 정부 고관에게 뇌물로 주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인「컨설턴트」는 전「뉴스위크」지 동경지사장「해리·컨」씨. 「컨」씨는 『10년전「그루먼」사의 일본대리점이「넛쇼이와이」로 바뀔 당시 「기시」전 수상, 「후꾸다」전 수상 등을 동경「아까사까」(적판) 모 요정에서 가끔 만난 일이 있다』고 말하고 있고 또 미「그루먼」사의 E2C기(기당 가격 95억「엔」·1백90억원) 대일 판매가 성공할 경우「닛쇼이와이」가「컨」씨에게 1백만「달러」의「리베이트」를 주기로 밀약했다는 사실이 나타나고 있어 일본의 요직공중전은 더욱 묘하게 얽혀가고 있다.
일본정부는 이 같은 의혹 속에서도 E2C기를 79회계연도에 4대, 80년대에 3대를 각각 도입키로 확정하는 한편 동경지검 특수부를 시켜 사건을 철저히 조사토록 지시, 정부가 개입할 뜻을 명백히 했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전직 고관들이 묘하게도 친「오오히라」계가 아니라는 얘기가 나돌고있어「오오히라」내각의「그루먼」사건 처리는 더욱 주목을 끌고있다.
【동경=김두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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