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서독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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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축구 대표선수 차범근의 서독행은 정부당국이 그의 군복무가 끝나는 5월말까지 출국을 불허함으로써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켰다. 차범근의 서독행설이 처음 나돌던 작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독자들의 반응이 그처럼 크고 각양각색인 것도 좀처럼 없었던 일이다.
대중들의 우상적인 존재라는 것이 새삼 느껴질 정도였다.
차범근의 출국이 그처럼 많은 반응을 일으킨 것은 그가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는「스타·플레이어」라는 근원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었지만 그보다는 잘못 알려진 그의 계약 내용과 과대선전의 영향도 컸다 하겠다.
그가 계약한 서독의「다름슈타트」구단은 재정이 빈곤하고 인기가 없어서 소속선수가 거의「세미·프로」들이다.
이「세미·프로」들이란 출전수당·승리수당 등 능력별 급여를 받는 선수들로 일정액의 월봉(개런티)이 없는, 나쁘게 말하자면 일일고용원이나 다름없다. 만약에 선수가 부상을 당해 출전치 못하면 돈 한푼 못 받는 것이 바로 이 능력별 수당지급이다.
또 차선수의 재정보증사인「바두스」사가 6개월 동안 매월 4천∼6천「마르크」를 지급한다는 것만 알려졌지 6개월후에 월급의 2배 가까운 7만「마르크」를 뺏어간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같이 결코 유리하지 않은 계약조건이『돈방석』운운으로 잘못 보도된 것은 차선수의 성급한 계약을 정당화 하려 했던 그의 측근들의 고육지책의 결과가 아니었던가 싶다.
일단 일을 벌여놓으면 어떻게든 해결되겠지…하는 사고방식, 월수 1만「달러」라면 온 나라가 두 손들고 환영하리라는 황금만능 주의적 사고방식 때문에 공연히 서독의 축구「팬」들간에 한국의 인상만 흐려놓은 꼴이 되었다. 이참에 우리도 흥분부터 하는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으면 차범근 서독행의 촌극이 빛은 손실이 장기적으로는 보상받는 셈이 되는게 아닐까. <윤경혜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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