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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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 7백21개 유치원이 오는 2월1일부터 10일 사이에 일제히 입학원서를 접수하여 79학년도 신입생을 뽑는다.
유치원 교육은 최근 들어 어린이의 지능계발과 사회적 적응을 위한 취학 전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점차 일반화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적령의 유아중 유치원 교육을 받는 어린이는 전국적으로 4만7천5백71명뿐으로 취학율은 고작 3.3%선에 불과하다.
그나마 유치원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상류층의 일부 어린이들에 한정돼 있는 실정이다.
그밖에 도시주변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어린이들의 대부분은 유치원에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유치원 교육이 의무교육으로 되어 있는 영국이나「이스라엘」등은 차치하고라도「프랑스」의 99%, 미국의 71%, 일본의 60%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유아교육 실태는 너무 낙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유치원 교육이 이처럼 침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유아교육을 일부 사립기관에만 방치해두고 있는 소극적인 정책 탓이라 할 수 있다.
전국7백21개 유치원 가운데 공립유치원은 겨우 8개뿐인데다 당국은 지금까지 행정적으로 독립된 장학기구도 없이 실질적인 지원이나 대책에는 무관심해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국내 유치원실태는「풀」까지 마련된 호화판이 있는가하면 운동장도 없이「빌딩」의 한층을 빌어 쓰고 있는 곳도 있을만큼 천태만상이다.
유아교육에 대한 정책부재는 유아교육 담당자(보모)의 질 저하와 숫적 부족현상까지 초래했다.
그래서 교육방법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거의 행해지지 않는 가운데 흔히 유치원 교육이라하면 노래와 춤이나 가르치는「재롱교육」쯤으로 인식되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치원 교육이 인간형성을 위한 기초마련이란 본래의 목적을 다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유치원 교육은 어린이들의 지적·도덕적 발달을 위한 기초교육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자격있는 보모의 양성배치와 교구·자재·시설을 갖추게 해야함은 물론 가까운 시일 안에 모든 취학 전 어린이들이 유치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연차적인 시설 확충계획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1차적으로 정부당국부터 조기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인식을 가지고 공립유치원의 대대적인 설립 등 과감한 정책적 지원을 해야한다.
문교당국은 올해부터 81년까지 69개 공립국민학교에 시범유치원을 병설키로 했다지만 이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더우기 콩나물 수업에 허덕이는 공립국민학교에 유치원을 병설하는 것이 과연 온당하냐 하는데도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공립유치원의 설립은 그 보다도 도시의 빈민지역과 여성의 취업율이 높은 공업단지, 그리고 서민「아파트」지역을 비롯한 문화적 혜택이 낮은 곳부터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유치원 교육도 기초교육의 한 단계일진대 어려운 형편의 유아에 대한 교육은 국가가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유치원 교육도 일부 사립기관에만 맡겨두는 소극적 정책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으로 공 교육화 하는 정책적 개혁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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