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했던 산골중학 현대식으로 탈바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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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벽지학교로 보잘 것 없었던 경남의령군낙서면전화리 낙서중학교가 김구숙 교장(54)의 노력으로 새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6학급 3백여명의 남녀공학인 낙서중학은 1년 전만 해도 설립8년의 역사를 가진 학교답지 않게 시설이 엉망인 벽지의 빈촌학교였다.
의령읍에서도 10km이상이나 떨어진 낙서중학은 생활이 어려운 이 지방 영세농민 자녀들의 하나밖에 없는 진학의 문턱이나 수도·전기조차 없어 여름에는 학생들이 불결하기 짝이 없는 학교부근의 개울물을 마셔야했고 비가 조금만 내려도 변소가 넘쳐 수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김교장이 이 학교에 부임한 것은 이 같은 어려움이 한창이던 77년9월.
김교장은 부임 후 3개월동안 학교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마을유지급 학부모들을 방문하기도 했으나 허사, 학부모들은 새로 온 교장이 찬조금이라도 요구할까봐서 만나기조차 꺼렸다.
김교장은 이 때부터 스스로 해결할 것을 결심, 손쉬운 화단정리부터 시작했다.
새벽5시면 하숙방을 나서 학교일과가 시작되기까지, 그리고 방과후에도 밤늦도록 일했다. 손이 부르트고 몸도 지칠 대로 지쳤다.
손수 야산의 흙을 파내 객토사업을 하자 교사와 학생들도 모두 나섰고 환경정리작업이 눈에 띄게 달라지자 학부모들도 하나둘씩 호응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정규수업을 마치기도 전에 어둠이 깔리던 산골마을교실에 전기가 가설됐고 우물을 파 식수문제도 해결했다.
주민은 물론 교직원과 가족들이 목욕탕이 없어 8km나 되는 먼 곳으로 목욕을 하러 나가는 어려움도 해결했다. 공동목욕탕과 「샤워」시설이 마련된 것.
또 화장실도 자동정화처리시설을 갖추었고 학교 뒤 80도 경사의 벼랑을 깎아 언덕을 만들고 꽃과 나무를 심어 미관을 가꾸기도 했다.
1년 남짓한 사이에 학교모습은 도시의 어느 학교 못지 않게 모습을 바꾸었다.
전화리 주민들은 어린이들까지도 이제는 「두더지교장」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김교장은 『벽지학교에 근무한 보람을 이제야 찾은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의령=김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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