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사제간의 벽을 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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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영등포구 A고교3학년5반 교실에서 김모군(19)등 학생 10명이 술에 취해 수업중인 교실에 난입, 교사와 학생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난동을 부렸다.
이들은 학생폭력「서클」로 학교측이 자기들을 경원시하는데 불만을 품고 대낮에 학교 밖으로 나가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린 것이다.
학교측은 이들을 퇴학처분했으며 이들의 난동을 막기 위해 오후수업을 전폐했다. 지난해 5월12일에 있었던 일-.
같은 달 23일 상오 서울중구신당동 B상고에서 3년생 박모군(18)이 월례고사를 치르다 시험감독교사가 교복위반을 지적, 교실밖으로 내보내자 주먹으로 교실유리창을 깨고 교사의 멱살을 잡고 때리는 소동을 벌였다.
77년10월4일 서울중구 N공업전문학교 건축과2년 박모군(17) 등 학생14명이 몽둥이와 돌을 들고 수업 중인 4.5층 교실과 체육관에 들어가 유리창과 기물을 부수고 이를 말리던 교사 2명을 때려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이들은 학교측에서 육상부 조직을 허락하지 않는데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린 것이다.
같은 해 9월16일 하오에는 경기도성남시심곡동 H고교 3년생 김모군(18) 등 16명이 술에 취해 삽과 곡괭이 자루를 들고 교무실로 들어가 김모교감(50)을 때려 전치3주의 중상을 입혔다.
이들은 이를 말리던 문모(30) 교사 등 6명에게도 몽둥이를 마구 휘둘러 타박상을 입혔으며 교무실 전화기 4대와 책상·유리창을 닥치는 대로 부쉈다.
폭력에 얼룩진 학원가. 걸핏하면 교사들에게 주먹질을 하는 폭력학생들의 행패에 교권은 권위를 잃어 가고 있다.
일선교사들은 『학생은 있어도 제자는 없다』고 개탄한다.
교권침해는 학생들만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학부모가 교무실에서 담임교사를 때리고 교사가 교장에게 주먹질을 하며 교사가 학부모를 때려 쇠고랑을 차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내 모여자고등학교 교무실에서 고급공무원인 학부모 K모씨가 딸의 담임교사 P씨를 교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뺨을 때리는 등 해패를 부렸다.
이 학부모는 담임교사가 딸에게 손찌검을 했다고 분개했으며 담임교사는 모의고사 채점을 맡은 학생이 틀린 답을 정답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처벌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77년3월1일 밤. 전남S시모여고 수학담당 K모교사(35)는 학교구내에 있는 교장관사에 들어가 교장 P씨를 식칼로 1시간 동안 위협했다.
K교사는 2학년을 맡도록 해줄 것을 교장에게 요청했으나 1학년 담당으로 내정된데 불만을 품고 이 같은 행패를 부렸다.
몇해전 전남광주모여고에서 체육교사가 수업시간에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여학생을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히고 이를 항의하는 부모마저 벽돌로 때려 쇠고랑을 차기도 했다.
이 같은 「폭력교사」들 때문에 『교사는 있어도 스승은 없다』고들 푸념한다.
우리주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교권침해사건은 교직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67년부터 78년까지 10년 동안 대한교련에 보고된 교권침해사건은 모두 1백67건. 이중 절반가량인 44.3%(70건)가 폭행사건이었다.
우리나라 국민학교 교사들가운데 76%이상이 『교직은 부끄럽고 열등감을 느끼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관계기관의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는 교사에 대한 사회적인 무관심과 경제적으로 충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교직에 대한 매력을 잃게 한 것으로 풀이되고있다.
68년 「교육헌장」이 선포되면서 각계에서 정신교육의 강화와 인간성 회복운동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경제성장에서 오는 가치관의 혼돈이나 교욱풍토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충·효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질서찾기」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교육학자 오천석 박사는 「교사의 기도문」에 교사의 올바른 마음가짐을 이렇게 다짐하고 있다.
『저로 하여금 어린이에게 군림하는 폭군이 되지 않게 하시고 자라나는 생명을 돌보는 원정(원정)이 되게 인도하여 주소서. 제가 맡고 있는 교실이 사랑과 이해의 향기로 가득 차게 하여주시고 모른다고 꾸짖는 대신 동정으로 날 깨워주고 뒤떨어진다고 억지로 잡아끄는 대신에 따뜻한 손으로 제걸음을 걷게 하여 주시옵소서】-.
【김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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