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에서 잡은 한줄기 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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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신은 안개를 만나본적이 있는가. 한없이 칙칙하고 어둡고 음흉스러운 그속에 들어앉아 본 적이 있는가.
어느날 갑자기 안개는 나에게 왔다. 안개속에서 내눈엔 모든게 잘 보였다. 가물가물 잊혀져 가던 내얼굴도 잘 보이고 스물일곱살에 죽은 누이도 고운얼굴 그대로 살아 나오고, 다서살적 소꼽친구 댕기머리도 풀딱폴딱 뛰어나왔다.
안개는 바다이다.
안개는 사랑하는 여자의 가슴이다.
안개는 순수이다.
안개는 황홀이다.
그러나 안개는 걷혀야 한다. 그 속에서 살아 끔틀거리면서 안개밖의 세상을 겨냥하는 안개같은 녀석은 이젠 그만 사라져 주어야 한다. 세상이 안개 일 수만은 없지않은가.
지금 나는 안개속에서 한 빛을 잡은 기분이다. 나를 하느님처럼 생각하겠다는 아내가 생겨 기쁘고, 내가 잡은 한 줄기의 빋츤 나를 살맛나게 한다. 이런 심정으로 열심히 사랑하고 살고 쓰겠다.
◇약력▲1950년 전북남원출생 ▲「핫보리」문학동인회회장 ▲군산교욱대학즐업·교대신문사 편집국장 ▲74년=「풀과 별」에 시추천 ▲77년=교육자료대상동화부문 최우수 당선(문교부장관상수상) ▲현재 전북장수계남국교 교사(본명 최원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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