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교민재산권 보호대책 막연|철수령에 따른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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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테헤란=조동국기자】구랍 24일부터 다시 악화된 「이란」사태로 한국정부는 한국국적을 가진 모든 교민의 철수를 지난 2일 정식으로 명령했으나 이 같은 지시가 지켜지기에는 너무 많은 문제점이 있다.
정부의 지시는 고민의 신변안전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교민의 재산권보호문제에는 효율적인 대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교민들은 「이란」사태를 장·단기적으로 모두 비관하고는 있으나 특히 이곳에서 생업의 기반을 닦은 교민들은 현재 월남피난 때처럼 모든 재산권을 당장 포기해야할 정도로 급박하게 사태를 보고 있지는 않다.
또 정부의 철수명령은 잠정적인 일시귀국으로 알려지기는 했으나 정부의 약속대로 「이란」재입국을 기대하는 사람은 드물다.
본사를 한국에 둔 진출업체는 그런대로 명령에 따를 것으로 보이나 생업자체를 포기해야 할 현지 기업체들의 사정은 다르다.
「이스파한」시 「아파트」건설 현지업체(대표 임삼)처럼 부실경영과 은행파업 등으로 3∼4개월분의 임금을 받지 못한 수많은 근로자들과 여권기간을 넘긴 불법체류자들에게 항공요금을 물면서 한국에 돌아가라는 정부의 명령을 먹혀 들어가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월남에서 피난와 생업을 굳혀 수백만「리알」(「이란」화)을 저축한 교민들의 경우 「리알」을 「달러」로 환전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고국에 돌아갈 수 없는 입장이다.
한국대사관은 구랍 21일 하오대사관저에서 각 주요기관장들에게 정부의 철수명령을 통보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세부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건설업체의 경우 수많은 중장비처리도 문제이지만 주유소 및 철도 「버스」등의 파업으로 근로자 및 교민들이 「테헤란」국제공항 또는 출국가능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는 것도 큰 문제다.
교민들은 난방용 연료공급 중단으로 감기에 걸려 정신과 육체적으로 심각한 시련을 겪고 있다. P건설 현지업체의 한 직원은 정부의 조치가 한편 고맙기는 하나 여건상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와즈」의 한 근로자는 21일 철수하라고는 하지만 교통두절로 꼼짝할 수 없다고 했다. S건설의 지사는 「크레인」등 수많은 중장비 처리만 해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한편 한국대사관은 31일부터 출국「비자」및 비행기표 취득자 우선원칙으로 철수를 실시할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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