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침략을 영광으로 생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 노무현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안네 슈네펜 도쿄특파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관련, "일본의 태도는 인류사회가 함께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와 맞지 않는다"며 "침략과 가해의 과거를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전 세계에 큰 불행"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 대통령은 "결코 좋은 과거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도 과거사 문제를 자꾸 거론하고 싶지 않다"며 "그러나 일본이 현재와 같은 태도를 계속 보인다면 한국민은 유사한 사건들이 반복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와 불안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근본적 문제는 일본인들이 과거의 침략전쟁을 왜곡 미화하고 정당화하려 한다는 것"이라며 "일본이 몇 차례 사과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은 최근 이러한 사과를 백지화시키는 행동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 "사과라는 것은 사과한 취지에 저촉하는 새로운 행위를 하지 않아야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도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독도는 일본이 침략전쟁으로 빼앗아 간 뒤 우리가 1950년대 초에 돌려받았다"며 "이런 침략전쟁의 결과물을 일본이 다시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한국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의 독도 점유와 실효 지배권 행사에 대한 수많은 증거가 있다"면서 "그런 증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이 독도를 편입했던 과정이 바로 전쟁 행위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일본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한국은 물론 중국에게도 대단한 모욕을 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노 대통령은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에 대해서는 즉답하기를 원치 않았는데 독일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 질문하자 표정이 밝아졌다"며 "이러한 표정 변화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의 통일 정책의 첫 단계는 남북한 연합으로 유럽연합(EU) 내 국가 간의 관계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통일을 자주 말할수록 통일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