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친척,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장애인 가족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가장이 사고로 숨지기 전후로 그의 장애인 가족이 이웃과 친척에게 성과 재산을 유린당했다. 이 가족 일부는 장애인연금을 받지 못하는 등 국가로부터도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했다.

강원경찰청은 16일 이웃에 사는 지적장애 자매를 성폭행한 혐의로 최모(75)씨와 이모(40)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2012년 12월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모(59)씨의 첫째 딸과 셋째 딸을 각각 한차례씩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씨는 2013년부터 셋째 딸을 성폭행해 임신을 시켰다. 20대 중반인 셋째 딸은 지난달 출산했다.

경찰은 또 자매의 큰아버지 김모(69)씨와 그 아들(43)을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큰아버지 김씨는 동생이 숨지기 전인 2009년 8월 동생 명의의 땅을 담보로 10억8000만원을 대출받아 자신의 건물 등을 샀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동생의 교통사고 사망보험금과 형사합의금 9000여 만원과 장애인연금 1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 부인과 세 딸은 모두 지적장애 또는 자폐성장애 1~3급의 장애인이다. 하지만 이웃과 친척에게뿐 아니라 사회복지시스템에서도 보호받지 못했다. 농사를 짓던 가장이 사망한 후 곧 생계곤란에 처했다. 김씨 소유의 땅이 있다는 이유로 이들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땅은 큰 아버지가 이미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은 상태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또 세 딸 가운데 큰 딸(27)은 장애인연금 수급 대상자에서도 누락됐지만 행정당국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건어물 가게에서 허드렛일을 해 받은 70만~80만원으로 생활했다. 해당 자치단체 관계자는 “장애인연급법이 시행된 2010년 7월 당시 세 자매 가운데 큰 딸의 주소지가 이곳이 아니어서 대상자에서 누락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지 일선에서 이들 가족에 대해 더 세밀한 관찰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들 가족의 열악한 생활환경을 올해 초 확인했다”며 “재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지만 이들이 의사무능력자여서 생활보상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 5월 수급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범행은 적지 않은 땅과 축사를 소유한 김씨 가족이 난방조차 안 되는 집에서 생활하는 것을 지켜본 한 목사의 방문 상담을 통해 알려졌다. 목사는 미혼인 셋째 딸의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3월 경찰에 성폭력이 의심된다고 신고했다.

춘천=이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