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초월한 서울택시 횡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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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며칠 전 나는 동생의 결혼식이 있어 아이들 셋을 모두 데리고 서울엘 갔었다. 10년 전 내가 결혼할 때나, 10년이 지난 요즈음의 예식장이나 혼잡은 때 한가지였다. 지극히 짧고도 간단한 예식을 끝내고 강남에 있는 동생네 집으로 가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비원 앞에 있는 신혼예식장에서 「택시」를 잡기란 정말 하늘에서 별따기와 같았다. 한데 식장 맞은편 빈터에는 빈 「택지」가 즐비했으며 하나같이 기사들은 비스듬히 기댄 채 지그시 눈을 감고 편안한 자세로 쉬고 있었다.
나는 길을 건너 「택시」앞으로 다가가 『아저씨, 이차 안 갑니까?』 해보았으나 묵묵부답, 눈도 떠보지 않는다. 또 다른 차에 같은 말을 했으나 역시 마찬가지….
무안도 하고 불쾌한 마음으로 옆에 서 있는 남자분께 『이 차들이 왜 이래요? 』했더니 그 아저씨 말씀이 흥정을 해야 한단다.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지만 알듯해서 다시 차 앞으로 가서 『아저씨, 강남구청 앞까지 갈텐데 3천 원이면 가겠어요? 』했더니 일언지하에 『안갑니다.』 그것도 아주 거만스런 목소리로….
정말 기가 막히다는 말은 이런 때 쓰라고 생긴 말인 듯 싶다.
세 아이들은 긴 여행과 많은 사람들 속에 녹초가 되어서 땅에 주저 앉아있고 맞은편 차도에서는 식구마다 「택시」잡기 경주라도 벌인 듯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역시 서울 사람들은 이 아우성 속에서 용케도 살아간다는 아찔함을 느끼며 다시 애원하는 길밖에 없었다. 『아저씨, 1천 원 더 드릴께 4천 원에 갑시다』했더니 그제야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본다. 『타세요.』그 한마디가 4천 원이라는 돈의 가치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이구, 이젠 살았구나』하는 안도의 긴 한숨이 나왔다.
서울「택시」운전기사들의 횡포는 말로만 들었었지만 이건 횡포를 지나 흉기를 들지 않았을 뿐이지 강도와 어디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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