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대중화의 가능성 입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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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안방과 대문으로 찾아드는 「미디어」가 있는 시대에 극장에서 사람들에게 손짓하는 연극 「미디어」의 대중화란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극단 「현대극장」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러한「터부」를 깨고 연극대중화의 새 장을 열었다.
「마거리트·미첼」 여사의 대하소설 『바람과…』는 처음부터 무대화하기에 힘든 작품이었다. 그러나 세종문화회관의 공문적 특징과 기술적 강점을 충분히 살려 차범석씨는 이 소설을 희극화하는데 성공하고 연출 이진순 씨는 원작이 갖고 있는 인물간의 섬세한 갈등과 상황이 갖고있는 숭고미를 충분히 살렸다. 연극이 왜소화해 가는 현실속에서 『바람과…』의 무대미술은 관객에게 모처럼 연극의 풍성함을 보여주었다.
무대의 불타는 장면과 무도회의 화려한 의상과 춤은 이 연극을 더 한층 화려하게 했다.
무대 경험이 적은 전지인(스칼레트)과 서승포(멜라니)는 이 대작에서 맡은 역을 충실히 소화해 낸 것도 이번 공연의 수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공연에도 문젯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 공연에서, 보여준 몇 개의 실수는 앞으로 이와 같은 대작을 무대화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론되어야 될 줄 믿는다.
「시어터·테크닉」은 어디까지나 작품을 살리고 연기자들을 감싸주는데 활용되어야 되는데, 첫 공연에선 연기자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원형무대 사용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처리되어야할 점이 한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때의 연기자의 움직임인데, 이번 공연에선 정지된 상태에서 무대전환이 많았다는 점이다. 『바람과…』는 한국 연극사에서 연극의 직업화 내지는 전문화를 이룩하는데 한 이정표를 장식했다.
역사속의 대중은 우매한 사람들의 대명사가 아니다.
그들은 예지를 갖고 역사를 창조해 왔다. 연극의 대중화는 바람직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바람과…』는 공연의의를 가져야 될 줄 안다.<이반 (연극평론가·숭의여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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