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검은 대륙에 한국을 심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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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닥터·김」의 나라">
우리 취재반이「세네갈」의 수도「다카르」에서 육로로「갬비아」국경 초소에 이르렀을 때 통관을 맡은 관리는 우리들이 내미는 여권을 보자『「닥터·킴」의 나라에서 오셨군요』하며 반색을 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린지 몰라 어리둥절했으나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김동철씨(43·서울 마포구 노고산동3l의51)의 얘기였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통관절차는 수월하게 밟아졌다. 「갬비아」강을 건너는「페리」에서도 김동철씨와 이석정씨 얘기를 꺼내며 우리를 아는 체 하는「만딩고」족을 여럿 만났다.
「아프리카」대륙에 파견되어 있는 우리의사들은 16개국에 30명이 넘고 가족까지를 합치면 1백명이 훨씬 넘는다.
처음 정부로부터 파견될 때는 2년 계약 조건으로 떠나오지만 막상 이곳에 도착하고 나면 현지의 기후와 풍토·생활습성 등에 자기들을 적응시키기까지 수 없이 흘린 땀과 눈물, 각종 독벌레에 물리고 풍토병에 걸리면서 어려움을 극복한 그 역점이 억울해서 체재기간을 연장하게 되고 그렇게 3, 4년 있다 보면 흑인들의 순박한 인심에 끌려 10년이 넘도록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의사들도 많다.

<"지칠줄 모르고 명랑>
「코트디브와르」의 작은 읍「티아살레」에서 11년째 병원장직을 맡고 있는 안순구씨(41·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아파트)는 지적한다.
『나는 한국인 의사와 10년 동안이나 함께 일해 왔읍니다. 그 분들은 한결같이 환자진료에 열심이고 지칠 줄 모르며 명랑하게 일하고 있읍니다. 더 많은 한국의사들과 일하고 싶습니다.』
「갬비아」의정국장「삼바」씨의 말이다. 「아프리카」여러 나라에서는 의사 이외에도 대사관·무역관(코트라)·일반상사지점 등 정부기관과 민간인들이 악천후의 오지에 골고루 진출해 있다.
취재반이 들렀던 적도 6개국에만도 3백 여명의 교포가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가봉」의「리브레빌」에는 쌍용과「가봉」정부 합작 투자업체인 유신백화점(사장 김용선)을 비롯해서「소가코」자동차 정비공장(조승·35), 이발관과「사우나」탕(이한춘), 미장원(홍은표), 양복점(김규식), 한식「레스토랑」(이기배), 침술사(엄기룡)가 진출해 있고 유신백화점을 건설했던 옥포기업「현장소장 이춘우)은「프랑스빌」로 옮겨 다시 백화점을 건설중이다.

<어디에나 한국상품>
「케냐」의「나이로비」교외에 있는「사파리·마고·호텔」은「파라다이스」투자개발회사(허덕행)가 경영만을 맡고 있다. 「아비강」에 기지를 두고있던 한국 원양 어선단은「라스팔마스」로 기지를 옮겼다.
한국의 대「아프리카」수출은 74년에 9천7백55만「달러」였던 것이 계속 신장세를 보여 작년에는 그 배를 훨씬 넘는 1억9천8백만「달러」를 넘어섰고 금년에는 2억7천만「달러」를 목표로 잡고있다.
「다카르」「아비장」「러브레빌」「킨샤사」「나이로비」등지에서 국산승용차와 TV「세트」·「라디오」·가방·모자·의류·농기구·기타 잡화류 등 한국상품이 쉽게 눈에 뜨인다. 그러나 우리 공관원이나「코트라」관계자들은「아프리카」소비자는 부유층과 저소득층의 격차가 너무 심한데다 한국상품의 가격이 그 어느 계층에도 영향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진출에 애로가 있다고 지적한다.

<친절과 우정 베풀고>
「아프리카」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아프리카」를 모르고 너무 조급히 서두르면 이곳에서는 실패뿐이라고 말한다. 『1, 2년 이곳에 있다가 수지가 맞질 않는다고 보따리를 싸고 가버리기가 일쑤지요.』
오래 참고 기다리며 그들에게 진정으로 친절과 우정을 베풀고 집요하게 접근하여 파고드는 길만이 이점은 대륙에서 우리가 열매를 거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한결같이 얘기한다.
「아프리카」의 한국인 가운데엔 태권도 교관들도 있다. 합기도 7단에 태권도 5단인 김용만씨(40·서울 영등포구 신길동186)의 경우만 봐도「가봉」대통령 경호원과 경찰학교에서 태권도와 합기도를 지도하고 있고「가봉」국립대학교 태권도 담당 교수인데다「리브레빌」중심가에서 개인 도장도 운영하고 있다.

<도복엔 태극기 선명>
작년 12월 이곳에 온 이후 벌써7백 여명을 훈련시켰고 지금도 3백 여명이 훈련을 받고 있다. 흑인들이 입고 있는 교복 앞가슴에는 태극기와「가봉」국기가 나란히 달려 있고 등에는「태권도」라는 검은 글자가 한글로 쓰여있다.
훈련에 쓰이는 모든 구령이 순 한국말이어서「리브레빌」해안에서는 날마다 아침저녁으로『태극기에 대하여 경례!』『차렷!』『앞차기!』『옆차기』『하나, 둘, 셋…』등 흑인들이 외치는 한국말 함성이 울려 퍼져 대서양의 파도소리와 화음을 이룬다. <노계원·이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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