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B·싱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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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이작·바셰비스·싱거」(74세). 도무지 생소한 이름이다. 해마다 이 무렵이면 멀리 「스톡홀름」에서 새어 나오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하마 평에도 오르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만큼 「저널리즘」의 각광에서도 먼 사람이다.
그러나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그에게 돌아갔다. 『나보다 더 훌륭한 작가도 많은데…』하는 그의 소감은 글쎄 우리 귀엔 겸사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그의 말마따나 「톨스토이」도 「노벨」 문학상의 물망엔 올랐었지만 정작 받지는 못했었다.
그러나 세속의 감각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미국 명문출판사 「스크리브너」간 74년 판 『미국의 작가』(문학 전기)에서 「싱거」 편을 보면 무려 24「페이지」에 걸쳐 그의 평전을 싣고 있다. 소설집(단편 포함)만해도 벌써 20여권이 발간되었으며 그밖에 평론·전기 등도 60여권이나 된다.
『최근 문학계에 놀라움을 던져 주고 있는 사실은 미국 문학계를 뚫고 들어온 「폴란드」태생인 한 유대 작가의 등장이다. 유대 작가 중 유독 「아이작·바셰비스·싱거」만은 평론가·교육자·대학생·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스크리브너」의 『미국의 작가』는 「싱거」를 이렇게 평하고 있다.
그는 고집스럽게도 「헤브루」어로만 작품을 쓰는가 보다. 혹간 영문으로 쓰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대부분의 주요 작품은 전부 「헤브루」어다.
그가 언어에 있어서 이처럼 고집스러운 것은 까닭이 있다. 유대교의 복잡한 성서적 배경과 유대 민족 고유의 토속적 체취를 작품의 바탕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겐 「헤브루」어를 제외하곤 그런 배경에 맞는 언어가 없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유대인의 종교와 문화에 익숙치 못한 독자에겐 「싱거」의 작품이 난해할 수밖에 없다. 흔히 그를 실존 문학의 선구자 「카프카」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싱거」 자신은 그것을 부인한다.
『한 세기에 「카프카」는 한 명으로 충분하다. 「카프카」군단은 문학을 파괴했었다』. 「싱거」의 말이다. 「싱거」의 소설엔 「게토」(유대인 빈민가)의 일상이나 유머 또는 속어 등이 즐겨 묘사되고 있다.
『나는 「뉴욕·타임스」의 1면보다는 「데일리·뉴스」지의 4면에 더 현혹된다.』 언젠가 「싱거」는 이런 말도 한일이 있었다. 「데일리·뉴스」지는 미국 시정의 「뉴스」를 담는 최대의 대중지다. 그 말의 뜻을 알 것도 같다.
「노벨」 문학상은 그런 작품 세계에도 「스포트라이트」를 한번 비춰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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