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산학협력 기사] '너도 나도 유명인 코스프레, 친구 사고팔기… 페이스북 페이지의 폐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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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유명인을 사칭한 ‘가짜 SNS 계정’도 눈에 띠게 늘고 있다. 가수, 국회의원, 개그맨, 운동선수 등 다수의 유명인이 ‘가짜 SNS 계정’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가수 타블로의 딸 ‘하루’의 이름을 도용한 페이스북 페이지의 운영자는 타블로의 지인이라고 사칭하며, 하루 사이즈의 야구점퍼를 구한다는 글을 남겼다. 타블로는 자신이 운영하는 트위터에 ‘그런 페이지가 있는 줄도 몰랐고 그런 지인 없습니다.’라고 해명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사칭 문제는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유명 목회자 릭 워런 목사를 사칭한 페이스북 페이지 중에는 불법 모금을 벌인 페이지도 있다.

SNS 계정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으며, 도용하기 쉽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주민등록번호 수집 행위가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페이스북 페이지는 몇 번의 클릭과 소개 입력만으로 손쉽게 만들 수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중에는 팬 페이지라고 밝힌 계정도 있지만, 유명인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고 이름을 도용하여 마치 유명인이 운영하는 것처럼 꾸민 페이지도 많아 다수의 사용자들이 혼동한다.

최근 가수 김그림은 자신의 트위터에 자신을 사칭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을 올리며, 사칭 계정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가지고 있던 계정을 아예 없애는 유명인들도 있다. 이처럼 사칭하는 사례가 많다보니 실제 유명인의 계정임에도 불구하고 SNS 사용자들이 의심하는 일도 발생한다. 가수 호란의 경우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이 사칭이 아니라며 스케치북에 페이스북 주소를 적은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작년 5월, 페이스북은 사칭 또는 가짜 페이지를 구분할 수 있는 ‘인증된 페이지’ 기능을 도입했다. 인증된 페이지란 공인, 기업, 브랜드 공식 페이지 이름 옆에 파란색 마크를 표시해주는 페이스북의 자체적인 기능이다. 사용자가 사칭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은 국내보다는 국외 기업에 많이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유명인을 사칭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유명인 이름으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면 자연스레 팬 수도 많아진다. ‘김연아’의 이름을 걸고 팬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계정의 좋아요 수는 무려 269만 5천이며, 가수 윤종신이 직접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팬 수는 33만이다. 보통 페이스북 페이지 팬 수가 10만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많은 숫자다.

한편, 팬 수가 많은 페이스북 페이지는 인터넷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일례로 네이버 중고나라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검색하면 페이스북 페이지를 사고파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있다. 팬 한명 당 30~50원씩 계산해서 팔거나, 팬 수가 많은 페이지의 경우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불법이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카톡, 문자 등으로 연락해 현금으로 직거래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는 힘들다.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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