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성분 연소 촉진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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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로 발효된 환경 보전법이 자동차에 대해 납 성분이 함유된 연소 촉진제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대기 오염 방지책이 실효를 거둘 수 없게 됐다 한다.
자동차의 배출 물질을 규제하기 위해 마련된 법규가 부분적으로나마 도리어 배출 요인의 합법적 사용을 보장하고 있다면 모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는 무엇보다도 새 환경 보전법이 명실공히 공해 방지의 차원에서 만들어 지지 못하고, 외국의 규정을 한두 조항씩 빌어다 엉성하게 끼워 맞추어 놓은 「장식입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환경 기준법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생활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며, 이것은 바로 공해 행정의 목적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법의 실효성은 인체에 해를 끼치는 유독 물질의 양 (농도)을 얼마만큼 철저히 제거시킬 수 있느냐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으면 안된다.
환경 보전법이 아무리 배출 기준과 환경 기준 등 그럴싸한 규정을 두고 있다해도 인체에 치명적 해를 끼치는 연 화합물이 배출될 구멍을 터놓고 있다면 건강과 환경 보호라는 본래의 취지는 도저히 살려나갈 수 없다.
물론 자동차가 덜컥거리는 「노킹」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연소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고. 그로 인해 배출되는 납 성분은 극히 미량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환경 오염은 언제나 무수한 발생원으로부터 배출된 미미한 오염 요인의 총화로써 현재화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 선진 여러 나라에서는 「노킹」 현상 방지를 위해 촉매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연 화합물을 포함한 입상 물질을 원심 분리 방법 등으로 사전에 제거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대기 오염을 방지하는데는 차량 매연의 발생원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예방적 차원의 접근 방법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에는 자동차 「엔진」에 대한 개선책과 연료의 무연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자동차의 오염 물질 배출 기관은 「노즐」 「플랜저」 「딜리버리」 등 3개 부분으로 구분된다. 이 같은 「엔진」 부품에 대해 자동차의 생산 과정에서부터 유독 물질 배출 방지 장치를 부착시킨 이른바 「저 오염 자동차」의 생산이 시급하다.
대당 수백만원, 또는 수천만원씩 하는 각종 차량의 판매 가격으로 볼 때 고작 수십만원에 지나지 않는 공해 방지 장치의 부착이 이렇듯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역시 저질 유류 사용의 원천적 봉쇄 문제다.
국내 정유 공장들이 생산 공급하는 각종 유류는 탈황 시설 미비로 유황 등 오염 물질의 함유량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최고 5배나 많다. 당국은 정유 공장에 대한 탈황 시설 의무화 추진 방침을 시설비 부담이 무겁다는 이유로 흐지부지하고 있다.
그 동안 호경기를 누려온 정유 회사의 수익성으로나 환경 오염의 심각성에 비추어 탈황 시설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문제다.
이러한 기본적 문제를 방치해 둔 채 아무리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규제를 강화한다 해도 환경 보전의 목포는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환경 대책은 전염병 예방책과 마찬가지로 어디까지나 발생원에 대한 실질적 규제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것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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