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해저에서 나온 일본 겸창시대 유물-화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신안 해저의 원대 침몰선에 적재됐던 유물을 모두 건져낸 13일 현재 인양유물의 총 점수는1만2천5백여점. 도굴 압수품 6백여점과 10수만점의 동전을 합한다면 그 무역선의 화물은 대단한 양이다.
그중 한국제품은 작년에 인양된 12세기 고려청자 3점뿐. 그런데 금년에는 일본의 14세기 「가마꾸라」시대 유물 9점이 발견돼 새로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3개 한벌로된 칠기는 칠회추초문주칠뉴(높이 7·4㎝, 직경=14·3㎝) 즉 목재 뼈대에 붉은 옻칠을 하고 흑칠과 황칠로 산언덕과 풀을 그린 대접이며 전형적인 평안말∼겸창시대 초의 일본화풍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칠기 벼루는 상태가 나빠 공개치 못했다. 3점의 동경 중 해상신사문동경(직경 11·6㎝)은 일본 「세또나이까이」의 「이쓰꾸시마·진쟈」의 정경을 방불케 하는 풍경이 양각돼 있다.
복판의 거북모양 끈구멍이나 외연대의 생김새가 일본 동경양식이며 「도리이」신당본전, 네 손을 가진 보살상 등 당시의 신불 일체사상을 입증하는 매우 귀한 자료로 지목되고 있다.
학문원경(직경 11·3㎝)과 방경(17·6×15·3㎝) 역시 일본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긴칼의 칼목에 끼었던 칼코(봉=8·2×7·5㎝)는 단조롭게 만든 구리제품. 역시 일본도에서 흔히 보는 「디자인」이다.
일본 도자기 사상 희귀유물인 「세또야끼」의 청자음각 모란문 매병(높이 27·6㎝)은 일본에서 도자기에 시유하던 최초단계의 유물로 유약의 상태가 한국과 중국 것에 비해 아주 불량한 편이다.
이들 일본제의 유물이 왜 이 무역선에 적재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화물이 중국제품 중심인 것으로 보아 이 배는 중국을 출항한 것으로 풀이되며 한국 것과 일본 것은 이미 배에 실려있던 재고 잔품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원대 흑칠원 중에는 『신미혜당진만일숙조』란 주칠의 명문이 나타나 연대 규명의 결정적 자료가 되고 있다. 이 칠기는 기존의 동전 『지대통보』(1308∼1311)보다 20년 뒤인 1331년에 해당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글 이종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